▲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유명한 작가 유홍준은 그의 답사기 서울편에서 서울을 ‘궁궐의 도시’라 명명(命名)한다. 한 도시의 이미지를 특정한 단어로 규정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은데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한 도시에 궁궐이 5개나 있는 곳은 서울밖에 없다는 특징을 이유로 이와 같이 칭한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울산은 어떠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을까? 나는 이 물음에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공원의 도시’라 답하고 싶다. 이러한 답변을 하게 된 이유는 과거의 한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2009년 즈음이다. 그 당시 같은 학과 친구의 고향인 울산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내 고향은 부산이었고 울산에 특별한 연고는 없었기에 울산에 대한 이미지는 대기업 몇몇이 위치한 산업도시라는 것이 다였다. 그런 와중 울산 여행을 계획했으니 공단투어쯤 생각했음은 어찌 보면 당연할 터였다. 그런데 친구가 제시한 여행지의 첫 목적지는 상당히 의외였다. 울산대공원을 가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따라나선 울산대공원의 첫인상은 가히 놀라움 그 자체였다. 부산의 공원이라고 해봐야 천변에 위치하거나 공원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규모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울산대공원은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그 규모 또한 상당했다. 더욱이 큰 도시일수록 공원 부지가 넓지 않아 그 내용물을 치장하기에 급급한데 울산대공원은 결코 그렇지 않았다. 겉치레가 적고 공간에도 여유가 있어 도심 속 공원이 아니라 공원 속에 도심이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서울에 있는 공원들은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고 경상권으로 좁혀보자면 도심 속에 이러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은 대구 두류공원쯤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이처럼 울산대공원은 도심이라는 제약을 넘어선 장대함과 자연스러움을 보여준다.

태화강대공원 또한 예사롭지 않다. 태화강대공원을 방문한 첫 인상은 쾌적함이었다. 태화강보다 큰 강은 많고, 그에 딸린 공원 또한 무수한 상황에서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넓다는 의미가 곧 쾌적함을 뜻하진 않는다. 한강공원같은 경우 넓기는 하나 결코 쾌적하진 않다. 그저 도심의 일부라 느껴져 때로는 갑갑하기도 하다. 또 금강, 영산강 등지의 공원들은 그 비경이 아름답긴 하나 중소도시에 위치한 경우가 많아 쾌적하기커녕 황량함조차 느껴진다. 하지만 태화강대공원은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쾌적하다. 그 이유는 억새와 꽃밭 등 정원으로 조성된 둔치가 상당히 넓고, 또 십리대숲이 정원과 태화강 사이에 위치해 나름의 절묘함이 있다. 둔치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 십리대숲의 청량함, 수려한 태화강이 만나 조화가 살아있는 쾌적한 공원으로 탄생한 것이다.

또 대왕암공원은 어떠한가? 역사적 의미는 물론 울산이 해양도시임을 대변하듯 동해의 비경들을 품고 있어 그 풍광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이외의 도심지 내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공원들 또한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이처럼 내가 처음 경험한 울산은 공원이었고, 가장 경탄한 것도 공원이었다. 도심의 울산대공원, 생태의 태화강대공원, 역사와 자연의 대왕암공원이 이루어내는 조화는 울산을 공원의 도시라 명명하기에 결코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산업으로 대변되는 울산의 기존 이미지에 이제 공원의 도시라는 고유명사를 더해봄이 어떨까?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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