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우상 명리학자·역사소설가

교육이나 교양의 목적은 지식을 통해 견식을 기르고 행위를 통해 덕을 기르는 데에 있다. 교양 있는 사람이나 이상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니 하는 것은 반드시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나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을 직시하고 올바르게 아끼고 보호하며 증오할 것은 증오할 줄 아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독서에서 얻어진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실제 생활에서 발현되지 않으면 그것은 버려진 쓰레기처럼 쓸모없는 지식을 껴안고 동거하는 것과 같다.

독서는 지식의 습득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 사색과 사유를 할 수 있는 심성을 기르는 데에 있다. 독서는 자기만의 단단한 껍질을 벗겨내고 자기 울타리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작업이다. 독서는 사유하고 탐구하는 인간을 만들어 준다. 책을 가까이 하고 늘 책을 읽는 사람의 품성은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과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판이하게 다르다. 독서는 우리 자신의 근심과 걱정. 시름을 털어내 주고 미래의 희망이 가득 담긴 상자를 열어 주고 인생과 세계를 객관적인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기 어렵다. 자기 생각만이 옳다는 편견을 갖기 쉽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화시키고 유흑시키면서 세계관을 갖게 된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기 합리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독서는 그러한 위험을 벗어나게 하는 유일한 길이다. 책에는 음료수처럼 훌훌 마셔서 좋은 글이 있는가 하면 밥처럼 대충 씹어 삼켜서 좋은 글이 있고 껌처럼 씹어서 두고 두고 음미해야 할 글이 있다. 진리로 가는 길 찾기로서의 독서는 천천히 충분히 시간을 두고 소화시켜야 한다. 어제의 모든 고달픔과 쓰라림을 어둠에 묻어 버리고 새롭게 밝아오는 안개 걷힌 새벽 햇빛처럼 백지의 마음이 되어야 한다.

정보화 시대인 오늘날에는 남보다 빨리 많은 양의 지식을 터득해야만 삶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대처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많은 지식은 급속도로 발전하는 세계를 살아가는 강력한 핵무기인 것이다. 부족함이 많은 사람일수록 책 속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잘 찾아낼 수 있다. 과학과 물질 문명의 급진적인 발달과는 반비례로 인간의 정서가 메말라가고 인간 상호간 불신의 골이 깊어져 간다는 비판이 팽배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아마도 독서 결핍증이 곧 사고 결핍증을 가져온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은 어리석음 일깨워 주는 스승이다. 성급한 꾸지람도 그렇다고 포기하는 일도 없이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한결같은 목소리로 우리를 일깨우는 영원한 스승이다. 그러기에 첵보다 더 위대한 스승은 없다.

권우상 명리학자·역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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