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용역비를 확보함으로써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의 불씨를 살려낸 이채익(울산 남구갑) 국회의원이 울산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21일 ‘국립산업기술박물관 울산 건립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장은 산업박물관 건립 계획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되는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에 대한 불만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크게 이슈가 된 것은 예비타당성 조사의 타당성이었다. 주제발표자나 토론자는 말할 것도 없고 객석의 일반 시민들도 한결같이 경제성에 기반을 둔 예비타당성 조사로 박물관 건립 가부를 결정하는 것에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전국 어느 곳의 박물관을 예비타당성 조사로, 그것도 산업박물관 건립에 세금을 얼마나 더 낼 수 있느냐고 묻는 조건부가치측정법(CVM)으로 건립한 사례가 있던가.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를 이유로 규모를 턱없이 줄여놓은 것에 대한 불만도 높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강종진 박사는 “산업박물관이 제역할을 하려면 1조원 규모는 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2013년 서울 용산에 산업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정부발표를 보면 총 예산 1조2000억원에 부지 20만㎡로 세계 최대 규모였다. 50년만에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발전을 이룩한 역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려면 그만한 규모는 돼야 한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울산으로 건립장소가 옮겨지면서 사업비는 1865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울산에 건립한다고 해서 50년 경제발전의 역사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가치를 가장 크게 살릴 만한 도시가 바로 울산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도시는 없을 것이다.

산업박물관은 기본적으로 전시물품의 규모가 크다. 게다가 미래를 내다보는 첨단산업관과 체험시설의 비중을 높여야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청소년 등의 관람객이 많이 찾는 재미있는 박물관이 된다. 산업박물관 건립에 급급해 소규모라도 좋으니 건물만 지어달라고 해서는 결코 안 되는 이유이다. 울산사람들을 위한 울산산업박물관을 짓자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산업기술박물관’을 근대화의 상징적 도시인 울산에 세우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이든 울산이든 건립장소에 상관없이 국제적인 규모가 필요하다.

유감스럽지만 이미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는 나왔다. 같은 길을 되돌아가서는 우리가 원하는 다른 결론을 얻기가 어렵다. ‘특별법 제정’이나 ‘예비타당성 조사 제외 사업’ ‘대통령 특별사업’ 등의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서울 용산에 건립하려던 박물관을 울산으로 유치한 것은 바로 울산시민들의 열망과 노력의 결과였다. 이제 그 열망과 노력을 다시 모아야 할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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