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보-한전 경기, 비디오 판독에도 오심
연맹, 상벌위 열어 심판 출장정지 등 조치
팬, 연맹의 미숙한 경기운영도 신뢰도 추락

▲ 한국배구연맹의 미숙한 경기 운영에 팬들의 비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권순찬 KB손해보험이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심판의 오심에 항의하고 있는 모습. 한국배구연맹 제공

프로배구 출범 14번째 시즌 만에 곪을 대로 곪은 심판 문제가 마침내 터졌다.

경기 승패를 좌우하는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과 이를 비디오 판독으로도 바로 잡지 못한 한국배구연맹(KOVO)의 미숙한 경기 운영에 팬들의 비난이 극에 달했다.

연맹은 21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지난 19일 KB손해보험과 한국전력 경기에서 오점을 남긴 당사자들을 강력하게 징계했다.

당시 진병운 주심과 이광훈 부심에겐 무기한 출장 정지, 어창선 경기감독관과 유명현 심판감독관에겐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각각 내렸다.

양 팀의 경기 3세트 20대20 상황에서 한국전력 센터 이재목이 네트 위에서 공을 밀어 넣었고, KB손보 양준식이 블로킹을 위해 뛰어올랐다.

진병운 주심은 이재목의 캐치볼 파울을 선언했지만, 한국전력의 비디오 판독 요청 후 양준식의 네트 터치로 판정이 뒤바뀌었다.

비디오 판독 결정에 따라 한국전력이 1점을 따냈다.

그러자 권순찬 KB손보 감독은 “이재목의 캐치볼 파울이 먼저”라고 항의하다가 경기 지연에 따른 두 차례 경고를 받았다. 이에 따라 한국전력이 또 1점을 거저 가져갔다.

KB손보가 21대20으로 앞설 상황이 20대22로 뒤지는 상황으로 둔갑한 것이다.

진 주심은 4세트에선 한국전력의 네트 터치를 KB손보 선수의 범실로 착각하기도 했다.

결국 KB손보는 세트 스코어 1대3으로 졌다.

3세트 상황은 진 주심의 오심이라기보다 비디오 판독 후 제대로 규정을 적용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진 주심은 4세트 오판을 곁들여 전반적인 오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광훈 부심은 어창선 경기감독관, 유명현 심판감독관과 더불어 3인 비디오 판독에서 캐치볼 반칙이 먼저라는 점을 잡아내지 못해 징계를 받았다.

연맹은 미숙한 판정과 진행으로 경기를 그르친 4명을 역대 최고 징계인 무기한 출장·자격 정지하는 것으로 사건을 일단락했다.

재경기를 요청한 KB손보도 대승적으로 연맹의 결정을 수용해 사태를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에 올라갈 정도로 이번 사건은 팬들의 큰 비난을 샀다.

2017-2018시즌 V리그는 시작 전부터 심판 문제로 곤욕을 겪었다.

철저히 극비에 부쳐야 할 심판 배정표를 일부 심판들이 공유·유출한 것으로 드러나자 이에 연루된 전·현직 심판위원에게 2~5년간 자격 정지와 심판 배정 중지 징계를 내렸다.

이를 계기로 올 시즌 개막 전 연맹 전문위원과 심판원이 ‘클린 선포식’을 열어 지속적인 자정 노력과 심판 운영의 선진화를 약속했지만, 잇따른 오심으로 큰 빛이 나진 않았다.

2005년 프로 출범 후 쌓인 심판 불신은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커졌다.

먼저 올 시즌 연맹의 심판 징계에 대해 A 심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과 없이 비난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그러나 연맹이 A 심판을 징계하지 않고 쉬쉬 덮은 바람에 구단과 팬들의 신뢰는 더욱 떨어졌다.

심판의 자질 문제는 어느덧 상수(常數)가 됐다.

일부 배구인은 심판들이 지나치게 권위적이며 특정 심판들은 실력보다 과도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어떤 구단은 현재 연봉제인 전임심판의 처우를 ‘기본급+수당제’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경기의 주·부심을 보는 연맹 소속 전임심판 9명은 연봉 계약을 한다.

판정을 잘하는 심판이 더 많은 수당을 받도록 하자는 취지이나 이는 구단의 입김에 따라 심판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는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현재로선 심판들이 최대한 공정한 판정을 내리도록 매 경기 집중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개인의 자질 향상은 비시즌 후 집중 교육으로 이뤄져야 한다.

심판의 오심을 최소화하는 것은 연맹의 몫이다. 능력 있는 베테랑 경기운영위원과 심판감독관을 투입해 판정과 규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심판을 도울 의무가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