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 진로탐색 중요성 고조
한시적 정책적 이벤트가 아닌
지속가능한 진로교육 계기 기대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12월 끝자락이다. 대학은 입학전형과 기말시험으로 분주하고, 졸업을 앞둔 4학년생들은 국가자격증 시험을 치고, 이력서를 작성, 기업 면접을 기다리며 초초해 한다. 일부 학생들은 어학연수며 취업준비를 위해 졸업을 유예하기도 한다. 그나마 어렵게 취업했던 졸업생 중에는 적성이나 근무환경, 임금 등의 문제로 직장을 옮기고 싶다는 상담을 해오기도 한다. 우리사회에서 대학을 보내고 졸업하면 부모역할은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취업하고 독립할 때까지 몇 년은 더 투자하고 기다려 주는게 보편화되고 있다.

교육이 문제일까? 청년실업 양산의 시장경제가 문제일까? 아님 적성 타령하는 우리 자녀들의 문제일까? 실제 통계청 2016년 사회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고민문제는 공부(32.9%) 다음으로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인 것이 직업(28.9%)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진로지도의 필요성이 파악되고 있다. 우리 자녀들에게 정작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준비하게 도왔는지 반문해 보게 된다.

입시 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맞는 진로를 충분히 고민하고 탐색하기 보다는 부모의 요구나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에 진학하지는 않았는지?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그 일을 통해 나는 무엇을 배우고 느끼고 얼마나 행복한지? 전인적 성장을 위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발달시키는 교육과정과 진로교육 전반에 대한 혁신적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진로는 단순히 진학이나 직업의 개념이 아닌, 일생동안 자신을 잘 돌보고 자신의 잠재가능성을 살릴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도록 돕는 자기 탐색의 과정이다. 개인의 성장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진로를 준비하고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는 청소년기다. 자신을 탐색할 시간과 기회의 진로 결정 자율성을 높이고, 다변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실천적인 진로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선진사례를 살펴보면 대개 자기 스스로를 탐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프랑스는 중학교 4학년 학생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직업교육 준비 과정을 운영하며, 아일랜드는 중학교 과정을 마치면 1년간의 ‘전환학년제’를 통해 다양한 분야와 직업을 체험하게 한다. 시험에 대한 부담 없이, 직업 체험, 봉사활동, 외국 여행, 교환학생 프로그램 참여의 다양한 활동으로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게 한다.

영국과 핀란드도 고교를 졸업한 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1년의 기간 동안 자원봉사, 여행, 인턴십 등 다양한 경험의 ‘갭이어(Gap Year)’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대학 후 학업 성취도를 높이는 효과와 함께 고용주들이 선호하는 취업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한다. 실제 핀란드는 고교생의 4분의 1 정도가 ‘갭이어’에 참여한다고 한다.

덴마크는 2004년 진로지도 개혁 이후 가장 혁신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 전 대다수 학생이 ‘애프터 스쿨’에 가고, 그곳에서 앞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삶을 살 것인지 1년 동안 고민하며 인생 계획을 점검한다. 학교는 진로담당교사를 통해 학생진로상담에 매진하고, 지역사회에 진로지도센터를 운영하며, 기업은 체험 장소를 제공하고 직업교육을 자연스럽게 여기며, 미래 인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다.

한국사회도 학교, 지역, 기업이 모두 진로교육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재는 진로 탐색 및 설계를 지원하기 위한 선택교과로 ‘진로와 직업’이 있고, 2016년부터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실시되고 있다. 최근 진로집중과정, 전일제 직업체험, 초등학교 진로진학전담교사 배치 등의 청소년기 진로탐색의 중요성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한시적이고 정책적인 이벤트가 아닌 법적 규정과 교육과정의 통합으로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우리사회 환경과 문화에 맞는 지속가능한 진로교육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겨울바람이지만 졸업을 앞둔 제자들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오길 기다려 본다.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