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

이 글은 지난달 필자에게 우편으로 배달된 감사편지에 대한 답장입니다.

이 선생님. 겨울 바람이 차갑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저는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바쁜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편지를 받고 감사 인사차 드린 전화에서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었던 탓인지 친근함이 느껴집니다.

선생님 덕분에 오랜만에 햇빛이 드는 창가에 앉아 편지를 써 봅니다. 가을 끝자락, 색을 바꾸는 나뭇잎들을 보면서 써주셨던 편지에 이제야 답을 드립니다. 지금 창밖을 바라보니 모두가 단단히 겨울 채비를 마친 듯 합니다. 선생님도 겨울 채비는 잘 하셨는지요? 구청 복지 담당자가 겨울 생활용품을 챙겨 방문해 줬다니 다행입니다.

보내 주신 분홍색 편지봉투를 뜯으며 어떤 내용일까 많이 궁금했습니다. 초록색 펜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에서 선생님의 마음을 조금은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이에게 함부로 전하고 싶지 않으셨던 아픈 과거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얘기해 주시며 감사를 전한 글에서 선생님의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선생님의 편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에 잠겼습니다.

저와 직원들에게 보낸 칭찬에 감사했습니다. 또 소외되는 사람 없는 구정을 펼치는 것이 구청장의 몫이구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됐습니다.

편지를 받고 선생님께 도움을 준 우리 구청 직원을 칭찬해 줬습니다. 딸처럼 살갑게 내민 따뜻한 손길에 벼랑 끝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끝낼 수 있었다고 하셨지요? 저도 그 직원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늘 지금처럼 주민들 옆에서 더 많이 도움을 주라고 격려했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적절한 지원을 연결해 주고 또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저와 저희 직원들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 덕에 저와 직원들이 앞으로 더 주민 가까이에서,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많은 분들이 북구청을 칭찬해 주셨습니다. 삶을 포기하려던 친구에게 새로운 삶의 용기를 주었다고, 빈곤상황에서 희망을 안겨 주어 고맙다고, 자살까지 생각한 상담자에게 방문 하루도 지나지 않아 긴급 생활용품을 챙겨주고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고, 40대 가장의 자립을 위해 민간에서 지원하는 트럭을 받을 수 있도록 애써줬다고 말입니다.

직원들은 칭찬의 말씀에 오히려 처음 마음가짐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게 바로 선순환이겠지요.

햇님과 바람의 내기 이야기 아실겁니다. 아무리 매섭게 몰아치는 바람도 사람들의 옷을 벗기지는 못하지만 따뜻한 햇살은 쉽게 사람들의 옷을 벗깁니다. 차갑고 매서운 바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따뜻함입니다. 따뜻함이란 그런 것입니다. 그 무엇도 이길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얼마 전 40년 동안 모은 저금통 200여개를 북구교육진흥재단에 기부해 준 분이 계셨습니다. 저금통 안에 든 돈은 중요치 않습니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40년을 한결 같이 동전을 모아 온 기부자의 마음에 우리가 더 감동받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나눔과 섬김’ ‘봉사와 사랑’ 이 따뜻한 단어들이 있기에 우리 모두가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해 겨울보다 마음이 따뜻한 2017년 연말입니다. 선생님 몸도 마음도 어느 해보다 따뜻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 집무실 책상 위 분홍색 편지봉투가 오늘 하루도 저에게 힘이 되어 줍니다.

선생님의 편지와 또 그 속에 담긴 마음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차가운 겨울 건강에 유의하시고, 2018년 새해에는 늘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원하겠습니다. 2017년 12월 어느날 북구청장 박천동 드림.

박천동 울산 북구청장

(외부원고는 본보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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