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사회부 기자

지금까지 기술직 퇴직공무원이 자신의 경력을 뻥튀기해 재취업하기 너무 쉬운 구조였다. 퇴직한 선배 공무원이 자신의 경력을 부풀려 작성해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부서를 찾아 경력증명서 발급을 요청하면 현직인 후배 공무원이 승인해줄 수 있는 구조였다. 증빙자료가 없을 경우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경력증명서를 발급해주는 잘못된 관행까지 있었다. 또 분기별 무작위 사후검증을 받는 민간기술자와 달리 퇴직공무원은 별다른 사후검증을 받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 국·과장 등 고위 기술직 공무원은 자신이 맡고 있던 부서에서 진행한 각종 사업 감독 업무에 거의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퇴직 이후 경력으로 100% 인정해주는 특혜까지 있었다. 그러다보니 기술직 공무원 퇴직자는 재취업 과정에서 일반 민간기술자나 하위직 퇴직공무원에 비해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995년 건설기술자 경력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 기술직 퇴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경력증명서 일제 점검을 실시했더니 지금까지의 잘못된 관행이 가져온 부조리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최근 10년 이내 퇴직하고 재취업 등을 위해 경력증명서를 발급한 대상자 10명 중 3명 이상이 경력을 부풀리는 등 허위 경력증명서를 받았고, 울산의 경우 기술직 퇴직자 10명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경력증명서가 허위로 드러났다. 허위 경력을 이용해 부당하게 각종 용역을 수주한 금액만 전국적으로 5134억원(울산 65억원 포함)이나 됐다. 다시말해 정당하게 수주 받아야 할 업체가 이들의 허위 경력에 밀려 용역을 따내지 못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기술직 퇴직공무원 등이 허위 경력증명서를 이용해 고액 연봉 조건으로 재취업하고, 해당 업체는 설계·감리 등 건설 기술 용역을 수주하는 식의 불공정 행위가 만연하다는 제보에 따라 일제 점검을 벌였다고 한다. 건설기술자 경력신고제가 시행된지 20여년이 지난 이제서야 제보가 들어온 것일까. 이와 관련한 제보가 꾸준히 들어왔지만 한 귀로 흘려들은 것은 아닐까.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불공정 행위가 근절되길 기대해본다.

이왕수 사회부 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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