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 건물 내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화재 당시 모두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이유는 고장이 나서가 아니라 건물주가 일부러 잠가놓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예상된다.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제천시 하소동의 9층짜리 스포츠센터에 큰불이 났을 때 건물 내 화재 감지 비상벨은 울린 반면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초기 진화에 큰 도움을 주는 방화 장치이다.

이 건물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있는 특정소방 대상물로 건물 내에 모두 356개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생존자는 이 스프링클러가 하나같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소방당국은 1층 로비에 있는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가 폐쇄돼 모든 층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건물의 스프링클러는 지난해 10월 실시한 소방특별조사 때 정상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소방 점검에는 누수 및 보조 펌프 고장이 지적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이 건물 소유주인 이모(53)씨가 고의로 스프링클러 알람 밸브를 잠가놓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스프링클러와 관련해 누수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자 수리 등을 이유로 이씨가 밸브를 아예 잠가버렸다는 것이다.

경찰은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23일 이씨를 만나 조사하기로 했다.

이씨는 화재 당시 부상을 당해 현재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경찰은 대면 조사에서 이씨를 상대로 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 상태, 소방점검, 불법증축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씨는 지난 8월께 경매를 통해 이 건물 전체를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10월께부터 건물 내 사우나와 헬스장 시설의 운영을 재개했는데, 불과 2개월 만에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께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이 스포츠센터 이용객 29명이 숨지고, 36명이 다쳤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40명 사망) 화재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 참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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