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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경상시론
[경상시론]다름과 틀림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고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표현
본 뜻과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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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24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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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얼마 전 한 식당에서 겪은 일이다. 지인들과 송년회가 있어서 식당을 찾았는데, 주변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때마침 동남아시아인으로 추정되는 가족들도 식당을 찾았다. 그때 그 무리의 사람들이 그들을 보면서 한두마디씩 가볍게 툭툭 던졌다. 엿들으려고 들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테이블과 간격이 좁다보니 자연스럽게 들렸다. 그들이 한 말의 일부분은 이랬다. “쟤들은 우리랑 겉모습에서부터 확연히 달라, 그래서 바로 알 수 있지”라고 말하면서 “인종도 틀리고, 국적도 틀리고, 언어도 틀려”라면서 자기들끼리 말을 주고받았다. 예전과 달리 다문화시대에 살다보니 조롱과 경멸의 뉘앙스가 섞인 언어는 아니었지만, 우리가 무심결에 말의 본뜻과 배치되는 표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이 한 말 가운데 맞는 말도 있고 잘못된 말도 있다.

맞는 말은 무엇일까? 겉모습부터 다르다는 표현은 맞는 말이다. 다른 것을 다르다고 했으니. 그렇다면 잘못된 말은 무엇일까? 인종과 국적, 언어가 틀리다고 한 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인종과 국적, 언어는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다르다와 틀리다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다르다’는 것은 서로 같지 않다거나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지는 것이 있다고 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틀리다’는 맞지 않고 어긋나거나 순조롭지 않고 어그러질 때 쓰는 말이다.

이처럼 다르다와 틀리다, 다름과 틀림은 본뜻이 확연하게 차이가 있지만, 우리는 종종 두 단어를 혼동하여 사용하고 있다.

흔히 언어는 생각의 집이고, 말은 사람의 품격을 좌우한다고 한다. 침묵이 금이었던 시대도 있었지만, 지금은 웅변이 황금과 같은 가치를 지닌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을 제대로 잘 표현할 수 있는 밑거름은 언어를 본뜻에 맞게, 그리고 상황에 맞춰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표현하는 것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생각과 사고가 자연스럽게 굳어진 결과라고 진단하는 전문가도 있다.

앞서 예로 든 동남아시아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대표적이다. 백인을 우월시하고 흑인을 낮춰보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본인은 뛰어나지만 중국인은 여전히 미개하다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경제력이 곧 국력이라고 알게 모르게 주입된 국적과 인종을 바라보는 우리 교육과 인식의 풍토도 한몫 해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필자가 몇 달 전 세계 기능올림픽대회에서 경험한 바로는 이것은 완전 틀린 전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기능 최강국이었던 우리나라를 2위로 밀어내고 당당히 1위를 차지한 국가는 중국이었다. 동남아시아는 물론 개발도상국들이 기능분야에서는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흔히 경제강국이라고 일컫는 선진국들의 순위는 뒤로 밀렸다. 기능분야 하나만 가지고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국적과 인종이 모든 것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력이 국력의 척도일 순 있지만, 사람을 평가하는 절대가치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사람은 사람으로서 온전히 평가되고 평가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계속 틀린 것을 다른 것으로,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함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참은 참이고, 거짓은 거짓이다. 악은 악이고 선은 선이다. 참이 거짓이 되고, 악이 선이 될 수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제부터라도 틀리다와 다르다를 바르게 쓰고, 다름과 틀림을 구별하여 사용하는 현명함이 필요할 것이다.

사족을 하나 덧붙이자면, 최근 교수신문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파사현정(破邪顯正)이다. ‘그릇된 것을 깨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파사현정의 뜻을 다르다와 틀리다를 제대로 쓰는 것과 결부시킨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고 말할지 모르지지만, 언어가 생각의 집이고 말이 곧 품격이라는 의미에서는 전혀 생뚱맞은 주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해에는 우리의 말과 글을 본뜻에 맞게 쓰고 활용하는 ‘한글특별시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박순환 한국산업인력공단 기획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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