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청(冬靑)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 집

은접시와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하략-

▲ 엄계옥 시인

로마에서 묻는다. “엄마 그들의 크리스마스는 우리네 설날 분위기인데 우리 집은 어떡해?” 사철나무를 온갖 트리로 장식을 하고 소원을 적어 선물을 기다리던 때가 엊그제 같던 보금자리가 생각나서 한 말일 것이다. 거리마다 징글벨이 신났던 시절, 은접시는 없어도 촛불을 밝혀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웃던 집. 자식이 떠나고 없는 우리 집은 적막강산이 된 지 오래다. 핸드폰으로 고요한밤 거룩한 밤을 추억한다. 성인들의 생일은 대체로 정확하지가 않다. 크리스마스 또한 나라마다 경축날짜가 다른 것을 로마교황청이 고대 로마력으로 통일시킨 것이 4세기 중반쯤이었다고 하니, 어찌되었건 가족과 온 인류가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 하나만으로 예수의 탄생은 축복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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