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은 ‘티칭’이 아니라 ‘코칭’
학생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학습능력을 키워주는데 힘써야

▲ 여창엽 울산학생교육원 교학부장

주요 국가들의 학업성취도를 비교할 수 있는 PISA 시험이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 15세 이상 학생을 대상으로 각국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 평가하는 시험이다. 3년마다 실시하는 시험에 한국은 읽기, 수학, 과학, 문제해결력 등에서 고루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과로 본다면 우리 학교 교육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들의 연구업적을 기리는 세계적 권위의 노벨상 수상자는 아직 없다. 주입식 교육과 족집게 과외가 성행하고 있는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 있겠으나 단기간의 효과만을 바라는 학습과 결과만 중시하는 학교 수업에서 찾을 수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권위 속에서 그의 지능과 지식을 복종하도록 강요함으로써 학생들의 성취도는 높으나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함양하지 못한 결과일 것이다.

학교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과 개인의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통적 ‘훈육’에서 일제 강점기에 ‘교육’이라는 용어를 도입하면서 주입식 일제수업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 뿌리는 19세기 독일에 합병된 프러시아의 교육 시스템인 전쟁 용병과 공장 노동자를 양성하려는 학교제도의 초창기에서 찾을 수 있다. 후진국이었던 프러시아가 유럽 열강의 반열에 오르려면 전쟁에 쓰일 용병과 전쟁 물자를 만드는 육체노동자들의 양산이 필요했다. 이 두 가지는 강대국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인 군사력과 경제력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이들을 양성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프러시아 지배계층은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던 농민계층의 자녀들을 주목, 이들을 교육시키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량의 용병과 노동자를 육성하기 위해 학교를 세웠다. 우리나라 학교는 4차 산업이 진행되는 현재도 그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영어 어원인 ‘Educate’에 충실해야 교육 본질인 학생들의 성장을 도와주는데 효과적이다.

세상은 너무 많은 지식으로 꽉 차있어 우리가 그 모든 지식을 머리에 채워 넣으려한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흔히 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자립할 수 있다고 한다. 교육에 있어서 자립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동의할 것이다. 사람은 배우고자 할 때 자기 자신의 욕망의 긴장이나 상황의 강제 덕분에 설명해주는 스승없이도 혼자 배울 수 있다. 프랑스 교육자 자크 랑시에르는 ‘무지한 스승’에서 “설명의 논리에는 무한퇴행의 원리를 내포한다”고 했다. 교사는 자기가 가진 지식을 설명함으로써 학생들이 스승이 가진 학식의 수준만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은 학생들이 지적으로 자립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혼자 힘으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힘을 발휘하도록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 삶에 필요한 지식은 오직 삶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 학교가 할일은 삶속에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을 학생들에게 일깨우는 것이다.

우리는 평생교육 시대를 살고 있다. 공부하는 능력은 학창시절에 배워야 한다. 그것도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변하는 시기인 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때 공부하는 능력을 함양하지 못하면 평생을 고생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발달단계상 가치관이 부모의 영향권에 있지만 중·고등학교에서 자기 가치관이 서서히 형성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어느 중학교에서 교장을 역임했다. 그때 교사와 학생들을 위해 출입문 현관에 다음과 같은 문구를 적어 놓았다. “가르치지 마세요. 티칭(teaching)하지 말고 코칭(coaching)하세요. 배우려고 하지 마세요.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을 키우세요.” 이 말은 수업의 주도권을 교사가 갖지 말고 학습자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학습하는 것이다. 교사가 할 일은 중요한 맥락을 짚어 주고 학생의 한계와 잠재력을 잘 파악하는 코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저는 항상 ‘가르치지 말라’고 한다. 학생들은 가르치면 가르칠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질문할 능력 상실한다. 가르치지 말아야 런닝(Learning)이 많이 발생한다. 결국은 스스로 깨우쳐야 가장 강력한 학습 즉 배움이 일어난다. 교육이 주입식 정보전달과 단순 암기에 매달리면 학생들을 더 어리석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참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여창엽 울산학생교육원 교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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