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문성 울산원예농협 동부지점장

얼마 전 가족들과 미국 여행을 다녀오면서 KTX를 이용해 울산으로 내려왔다. 미국에서의 현지 사람들의 친절한 모습과 남을 배려하는 여유로움을 잠시 눈을 감고 회상하는데 한 개 역 정도가 지나서 몇몇 사람들이 필자가 타고 있는 KTX에 승차하는 것이 보였다.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 자리에 앉더니 허겁지겁 빵과 우유를 먹었다. 음식을 다 먹고는 피곤했는지 두 팔을 베개로 엎드려 자는 듯 했다. 그러다 한 2~3분후쯤 부터 인가 사래가 걸렸는지 아니면 딸꾹질이 났는지 ‘꺼억 꺼억’ 하면서 소란을 떨기 시작했다

필자를 비롯해 눈을 감고 자던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고, ‘좀 조용히 하라’고 하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랐지만 꾹 참았다. 안쓰러운 생각도 들고 가엾게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한참을 간 뒤에야 다음 역에 도착했고, 정차된 역에서 탄 어떤 남자가 기차에 올라 좌석번호를 보더니 눈짓을 했다. 이 남자분의 눈짓에 아까 딸꾹질을 하던 그 청년은 슬그머니 자리를 비켜주었다. 자기 자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옛말에 ‘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들은 가정에서 부모들이 가르치는 예절교육이 1차요, 그 다음이 학교교육, 그리고 사회에서의 교육이라 생각한다. 모든 부모들이 내 아이는 다 착하고, 성실하고, 잘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 믿고 싶은 것이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음식점에서 아이가 뜨거운 불판이 놓여있는 탁자 위를 뛰어다녀서 훈계를 하면 아이를 나무라든지, 제 자리에 와서 앉으라고 하는 것이 정상적인 부모의 모습일 텐데, 오히려 음식점 주인에게 자신의 아이에게 뭐라고 한다고 하면서 “어린아이가 그럴 수 있지?” 라며 오히려 역정을 내는 모습은 요즘 음식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예전 초등학교 때 배웠던 과목 중에 도덕이라는 과목이 있었다. 공중도덕과 예절, 사회규범에 대해 어릴 때부터 지도하던 과목이다. 요즘은 바른생활에 몇 과목이 합쳐져서 지도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연 다른 나라에도 이런 과목이 있을까. 도덕을 공부하고 기본예절을 익혔던 덕분에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노인을 공경할 줄 알고 남에게 베풀고 양보를 할 줄도 안다. 버스나 지하철 내에 경로석이나 임산부 좌석이 표기돼 있으면 당연히 노인이나 임산부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살아왔다. 물론 요즘 학생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얼마전 추운 날씨에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등굣길에 발견한 뒤 자신이 입고 있던 패딩 점퍼를 벗어 체온을 유지시키며 집까지 모셔다 준 훈훈한 미담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는게 아닐까.

한국이 그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룬 이면에는 우리가 소홀히 해왔거나 무관심하게 대처해 왔던게 많다. 대표적인게 교육 문제가 아닌가 본다. 정부에서도 많은 예산을 투입해 가면서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의 움직임들이 있으나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학생들의 지도방법을 놓고 여전히 혼란스럽고 논란이 뜨겁다.

무엇보다 학교마다 체벌금지로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한 벌점제 도입과 운영을 놓고 고민이 적지 않다. 시행하고 있는 학교를 모델로 하는 곳도 있고 학생들의 자발적인 자각행동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게 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학생들의 인권이 먼저냐 선생님들의 학생지도방법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유일한 지도 방법이냐를 두고 찬반논쟁이 뜨겁지만 어느 것에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공중도덕과 예절이 과연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선진국 수준인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에 접어든 국가의 국민으로서 연말연시를 맞아 우리 모두가 자신의 모습들을 되돌아보고 한번 쯤 반성도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문성 울산원예농협 동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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