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명의 희생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닷새가 지났다. 그렇지만 궁금증을 풀어줄 화재 원인 등이 여전히 규명되지 않으면서 화재 직후 건물주의 부적절한 처신과 부실한 초등대응에 대한 소문만 무성하게 나돌고 있다. 분명한 것은 13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판박이로, 어설픈 건축행정법규를 악용한 불법증축, 열악한 소방시스템 등이 빚어낸 후진적 안전사고의 전형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작은 사고라 하더라도 대책을 소홀히 할때는 언제든지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소방 인력 부족으로 제천 화재 참사와 같은 대형화재가 발생할 경우 초등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울산으로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불이 순식간에 8층 건물을 집어 삼켰다. 필로티 주차장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이 가연성 외장재를 타고 전층으로 옮겨 붙으면서 13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너무도 닮아 있다. 화재에 대한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과 단열성능을 내세워 2000년대 초반부터 무차별 시공됐던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외장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또 제천 스포츠센터는 무허가 증축과 무단 용도변경 등과 같은 불법투성이 건물이었다. 비상구는 제 역할을 못했고, 스프링클러도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차 진입을 막은 불법주차 차량도 부실한 초등대응 논란의 빌미가 되고 있다.

만약 이같은 화재 상황이 울산에서 발생한다면 어떨까 의문이 생긴다. 일부에서는 ‘속수무책’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불쏘시개로 작용한 드리이비트 등 가연성 외장재를 사용한 건축물이 상당수 있지만 현황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의정부 아파트 화재 이후 6층 이상 건축물 외장재로 드라이비트 등 가연성 재료 사용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이 생겼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적용이 되지 않는데 따른 것이다. 지진·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구조의 건물도 적지 않은 울산이다. 스프링클러 미작동, 비상구 폐쇄, 불법 증축 등과 같은 사항은 관행처럼 굳어져 있다. 법정인력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소방인력은 또 어떤가. 최소인력으로 근근히 꾸려가다보니 구조적으로 적절한 소방장비와 소방인력이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을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지금부터라도 원점에서 재점검, 보완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 일정 높이 이상 건물의 외장재가 화재에 안전한지, 비상구, 소방도로 확보가 돼 있는지 제대로 점검하고 실질적인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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