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산업박물관인 울산건립 당연
미래산업·체험관 포함 규모도 키워야
국가의 백년대계…천천히 서둘러야

▲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다행이다.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이채익(울산 남구갑) 국회의원이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위한 용역비 3억원을 확보했다.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린 것이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위해 울산시민들이 마음을 모아야 한다. 전영도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2일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건립해달라고 요청했다. 울산시민이면 누구든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래’를 불러야 한다.

정부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울산에 건립할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한다. 지난 8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국민 공감대가 없고, 경제성이 떨어지고,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필요성이 낮아 더 이상 추진할 요인이 없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붙였다. 왜냐고? 말이 되냐고? 따져 물어서 되돌려 놓아야 하지만 지방도시 울산은 그럴 힘이 없다.

2013년 서울 용산에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을 건립하고자 할 때의 정부 계획은 세계 최대 규모였다. 연간 관람계획인원 300만명, 전체 부지 20만㎡, 건축비(4500억원)와 부지 매입비, 전시품 구입비 등을 포함한 총 예산 1조2000억원. 그런데 갑자기 국민공감대가 사라져버렸다니. 난데없이 박물관에 경제성이 중요해졌다니. 서울이 아닌 지방에 국립문화시설을 설립하는 것이 곧 국토균형발전의 시금석이라는 것을 애써 모르는 척하는 이유는 또 뭔지. 한마디로 ‘서울엔 되고 울산엔 안 된다’는 말이다.

울산이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에 공을 들여온지 4년여다. 우리나라에 산업기술박물관을 건립한다면, 그 장소는 마땅히 울산이어야 한다. 1962년 울산을 특정공업센터로 지정하면서 ‘조국 근대화’가 시작됐고 울산은 여전히 그 유효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과거·현재를 보여주는 주력 산업현장이 있고 그 산업을 일으키고 지킨 사람들이 함께 호흡하고 있는, 도시전체가 산업박물관인 울산이다. 우리 국민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익히 인정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문화적인 삶과 건강한 환경을 빼앗기고 공해와 산업발전에 희생당해온 울산의 당당한 요구이기도 하다.

규모도 애초의 계획대로 되돌려야 한다. 울산으로 건립 장소를 옮기면서 예산은 1865억원으로, 건축면적은 2만8800㎡으로 줄었다. 역사박물관도 그러하지만 특히나 산업기술박물관은 박제된 흔적을 늘어놓은 소규모 전시관으로서는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첨단산업관과 체험시설의 비중을 대폭 높여야 비로소 국내외 관람객들이 자발적으로 찾는 재미있는 박물관이 될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 꼭 필요한 자연사박물관까지 더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울산은 공룡발자국 화석과 선사유적인 반구대 암각화를 가진 도시가 아니던가. 단순한 박물관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며 토론하고 정보를 교류하는 장이 되도록 울산전시컨벤션센터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우리의 요구는 국가예산으로 ‘울산’산업기술박물관을 지어달라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산업기술박물관을 ‘산업수도’ 울산에 건립하자는 당당한 주장이다. 우리나라를 먹여살린 울산이 성장정체를 겪고 있다. 백년 미래를 여는 새로운 열쇠가 필요하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산업을 문화적으로 풀어낸 ‘산업문화’이자 ‘문화산업’으로서 울산의 신성장동력이자 산업다각화의 디딤돌이다. 주어진 예산에 짜맞추거나 시간에 쫓겨서는 백년대계를 세울 수 없다. 천천히 서둘러야 한다. 대규모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들어서고 그 주변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기업가들의 기념관들을 갖춘, ‘산업문화’가 활짝 꽃피운 울산을, 2017년을 보내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해본다. ulsan1@ksilbo.co.kr

정명숙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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