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하지왕이 우사로부터 역사의 현장에서 금관가야의 역사를 배우고 있을 때, 대가야 박지 집사로부터 전갈이 왔다.

‘하지왕 전하, 대비마마가 위독하니 태사령 우사와 함께 즉시 귀국바랍니다.’

하지왕은 전갈을 받고 놀랐다.

“젊고 건강하신 어머니가 갑자기 위독하시다니.”

우사가 전갈의 내용을 읽은 뒤 신중하게 말했다.

“건강하신 대비마마가 위독하다는 게 이상합니다. 전하뿐만 아니라 저까지 귀국하라니 뭔가 께름칙하기도 하고요. 음모가인 박지 집사가 보낸 전갈이라 그대로 믿고 따랐다간 덫에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들인 나에게는 덫이나 변명 따위 필요 없소. 어머니가 위독하시다면 지금 당장 가야 하오.”

하지왕이 급하게 말머리를 북쪽 대가야로 돌렸다.

“마마, 호위병 모추를 먼저 보내 정확한 궁내 상황을 알아본 연후에 들어가는 게 좋을 듯합니다.”

우사가 거듭 신중하게 말했다.

“음, 일단 비화가야까지 함께 갑시다.”

하지왕과 우사, 모추는 말을 타고 금관가야에서 비화가야로 달려갔다.

비화가야 절골에서 검바람재로 넘어가려는데 한 떼의 비적들이 앞을 막아섰다. 이들은 금관가야 백성들이었다. 한때 화려했던 금관가야는 고구려군의 침공으로 쑥대밭이 되었다. 금관성과 종발성의 함락으로 집들은 불타버렸고, 역병이 돌아 백성들의 시체가 처처히 쌓여 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금관가야를 떠나 산으로 들로 먹을 것을 찾아 유랑했다. 굶주린 사람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고 있었고, 그나마 칼을 쓰거나 힘이 있는 젊은 남자들은 녹림 산적이나 명화적이 되어 행인들의 봇짐을 털거나 마을을 노략질했다.

고리눈에 창대수염이 난 자가 칼을 들고 하지왕과 우사를 겨누며 말했다.

“장사꾼이 타고 다니기에 아까운 말이군. 셋 다 말에서 내리시지.”

우사가 말했다.

“급한 일이 있어 말을 타고 이 고개를 넘어야 하오. 통행세는 낼 테니 이 말만은 봐주시오.”

“통행세 같은 소리를 하고 있네. 난 네 놈들의 말과 봇짐을 모두 원해. 목숨이 아깝거든 후딱 말에서 내려!”

그때 장사꾼으로 변복을 하고 뒤따르던 호위무사 모추가 칼을 빼며 앞으로 나섰다.

“우린 갈 길이 바쁜 사람들이다. 어서 길을 비켜라!”

“이런 거지발싸개 같은 자식이 검바람재 두령인 나에게 감히 명령을 해!”

창대수염이 천둥과 같은 고함소리를 지르며 모추의 허리를 베어들었다.

 

우리말 어원연구

비화가야: 지금의 창녕.

검바람재: 지금의 현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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