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얼마 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까딸루냐의 주도 바르셀로나는 꿈의 도시 중 하나이다. 지중해 바람이 불어오는 아름답고 풍미 가득한 람블라스 거리와 그 끝에 서 있는 콜럼버스 동상도 있지만 바르셀로나에는 안토니 가우디와 사그라다 파밀리아가 있기 때문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에 서면 뿜어져 나오는 어떤 기운에 입을 다물게 된다. 성당 안에서도 탄성은 여전한데 나무를 연상하는 기둥과 그 사이로 쏟아져 들어오는 지중해 햇빛의 아늑함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부드럽게 흐르는 곡선과 자연을 단순하게 묘사한 것 같은 가우디의 건축물에 엄밀한 수학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가우디는 학교 시절 수학이 뛰어 났었고, 건축을 위해 기하학을 연구한 사람이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내부 기둥은 6, 8, 10, 12 네 종류의 각 기둥과 그것을 회전시킨 것을 합성하여 만든다. 예를 들면, 6각 기둥을 회전시킨 경우에는 하단에는 6개, 그리고 상단 면에는 12개의 꼭짓점이 나타난다. 겉면에는 회전에 따른 12개의 선으로 기둥이 돌면서 위로 올라가듯 보인다. 기둥은 3단계로 되어있어서, 최상단의 면에는 48개의 꼭짓점이 나타나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인다. 또한 기둥 하반부의 꼭짓점의 개수와 기둥의 크기와 높이가 정비례를 하여 안정감을 느끼게 하였다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창문과 천장에 쌍곡포물면이 나타난다. 쌍곡포물면은 자르는 방향에 따라 원 혹은 타원, 그리고 쌍곡선이 된다. 원은 한 점으로부터, 그리고 타원은 두 점으로부터 거리가 일정한 점들의 집합인 반면에 쌍곡선은 두 점으로부터 거리의 차가 일정한 점들의 모임이다. 쌍곡포물면으로 건물을 지으면 아름답고 튼튼하다고 한다. 지금은 곡선과 그에 따른 하중과 힘의 분산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지만 가우디는 직접 다중현수선을 제작하여 곡선과 힘의 균형을 계산하였다.

구엘 공원이나 카사 밀라에서 보듯이 가우디는 유난히 곡선을 좋아하며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다”라고 했다. 끝 갈 데 없이 다양한 곡선과 곡면으로 사람을 품는 예술이 있으며 그것을 가능케 하고 해석하는 수학이 있다. 장선영 울산대 교수·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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