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우리나라에서 캐롤은 성탄을 축하하며 부르는 경쾌한 노래를 뜻한다. 본래 의미는 헬라어 ‘choraulien’에서 유래, 오늘 날 전세계에서 쓰고 있는 ‘캐롤’이라는 말이 됐다. ‘피리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추고 노래한다’는 의미로, 고대 로마에서 피리 연주에 맞춰 추는 춤이 유행됐고, 프랑스로 전파됐다. 현대 언어에서 ‘캐롤’이라는 단어를 프랑스어에서 그 어원을 찾는 이유다. ‘원을 돌며 추는 춤’을 뜻한다. 캐롤의 이같은 본래 의미를 볼 때 크리스마스에만 반드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유럽에는 기독교 절기마다 부르는 부활절, 추수감사절 캐롤이 따로 있다. 찬송가나 대중음악과는 다르다. 음악적으로 볼 때 단순히 가사의 내용이 크리스마스를 뜻하거나 아니면 넓은 의미의 기독교적인 절기를 기념하는 내용의 노래라고 해서 캐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노래가 경쾌, 흥겨우며 멜로디가 단순하고 노래가 길지 않으며 반드시 동일한 가사의 내용으로 돼 있는 후렴이 존재하는 독특한 형식과 내용을 갖고 있어야 음악적 측면에서 캐롤로 분류된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 캐롤에는 노래 중간마다 ‘노엘’ ‘글로리아’ 등 라틴어가 사용됐다.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동네 아이들이 11월초부터 12월25일까지 새벽마다 집집을 방문, 창문 밑에서 캐롤을 불러주는 관습으로 이어졌다. 캐롤을 부르면 집주인들은 아이들에게 과자나 음식, 용돈을 주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쓸 돈을 모으기 위해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캐럴을 부르곤 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예수 탄생의 기쁜 소식을 천사들의 노래로 세상에 전했던 캐롤, 즉 새벽송은 우리나라 기독교 초기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모든 교회들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 새벽까지 가로등도 없는 깜깜한 시골의 골목골목에 있는 성도들의 집을 방문하며 기쁜 소식을 전하곤 했다. 그러나 아파트가 대부분인 도시에서는 ‘고성방가’죄나 ‘수면 방해’죄에 해당, 이 풍습이 사라진지 오래됐다. 그나마 도시의 변두리 교회나 시골마을에서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나 노년층이 대부분으로, 새벽송을 기다리는 사람은 있으나 부를 사람이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새벽송을 불러본 경험이 있는 필자는 이제 새벽송을 기다리는 나이가 됐으나 들을 수가 없다. 어느덧 추억속에나 존재하는 Carolling이 돼 버린 것이다.

구천 전 국립합창단 예술감독·합창지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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