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홍 사회부 기자

“손발은 제대로 쓸 수 없을지라도, 목소리는 제대로 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난 27일 울산시청 앞. 영하의 온도에 바람까지 세차게 부는 추운 날씨에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이 장애인 콜택시를 타고 한명 한명씩 모여들었다. 이들은 울산시의 장애인복지정책이 흐름에 맞지 않게 가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시장과 면담을 통해 우리의 요구안을 전달하고 싶다”며 시청을 방문하겠다고 했다. 전날인 26일, 담당과에 협조공문을 보냈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았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울산시의 대응·태도였다. 시청 공무원으로 추정되는 10여명이, 이들이 기자회견을 시작함과 동시에 시청 정문의 출입문을 봉쇄하려는 듯한 움직임부터 먼저 보였다.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들이 시청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이내 시청 공무원들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이들을 막아서기 시작하면서 잠깐의 마찰이 빚어졌다.

어렵사리 청사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시장실이 있는 ‘7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지만,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는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단을 통한 7층 출입문은 시청 청원경찰들이 문을 걸어잠궜고, 출입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했다. 7층으로 가는 모든 통로가 제한되자 이들은 어쩔 수 없이 1층 로비에서 “누구를 위한 울산시청인가!” “장애인은 시청에 출입도 못하나!” 등등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이들이 요구한 것은 큰 게 아니었다. 인간답게, 자립해서 살 수 있도록 예산을 조금 더 지원해달라고, 체험홈과 자립홈을 설치해 타 시·도만큼은 아니더라도 중증장애인들의 자립지원을 도와달라는 목소리였다.

그러나 시청에서 돌아온 답변은 역시나였다. “예산은 동결돼서 어쩔 수 없다. 체험홈·자립홈 설치는 LH와 협의해보겠다. 다른 요구사항은 예산이 많이 들어 신중히 검토해보겠다.”

최소한 다른 것들은 차치하더라도,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려고 하는 성의를 보이지 않은 시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중증장애인들도 분명 울산시민이고, 시민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정세홍 사회부 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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