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 동시부문 당선작

 

우리집처럼
세 식구다

학교수업마치자마자영어학원마치자마자수학학원마치자마자태권도…

하루 종일
돌고 도는 난,
분명
초침일거야

하지만 안다

내가 아프면
시침도 분침도
딱, 멈춘다는 것을

 
▲ 주하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자

당선소감 / 책 욕심 많은 독자의 마음으로 매진

아주 깊은 잠. 꿈을 꿨다. 경상일보 1월1일자 1면을 받아 든 장면이다. 지금까지 꿈을 믿은 적 없었지만 100% 당선 꿈이라 확신했다.

다만 이미 당선통보를 전화로 받고 난 날 밤에 꾼 꿈이니까.

살면서 내 삶이 아닌, 내 길이 아닌 곳엔 관심도 없었다. 그래서 난 항상 늦었다. 그런 자식을 기다리는 엄마 아빠께 늘 죄송하고, 그런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에게 늘 고맙고 미안한 마음만 앞설 뿐이다.

여전히 글 욕심보다 책 욕심이 많은 독자다.세상에 독자보다 훌륭한 작가는 있을 수 없다. 이 말을 명심하며 글을 쓰겠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글잡이가 되어주신 시인 이령선생님께 당선의 기쁨을 전한다.
약력
-1972년생
-동의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문학동인 Volume 회원

 

▲ 박두순 신춘문예 동시 심사위원

심사평 / 시침·분침·초침 세 식구로 형상화해 눈길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두 23편(7명)이었다. 밤잠을 줄이며 시를 썼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찡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었다. ‘시계’와 ‘입장료’ ‘겨울 쉼표’ ‘양면테이프 치즈’ 4편을 1차로 선정했다. 다시 ‘시계’와 ‘입장료’ 2편으로 좁혀놓고 세밀한 저울질을 했다.

두 작품 다 동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단순, 명쾌, 소박, 동심 네 요소를 갖추었고, 상상력과 발상의 전환도 돋보였다. 그러나 ‘입장료’가 먼저 자리를 비워줘야 했다. 시적 스토리 형성이 다소 약했다. 말하자면 호흡이 짧아 건조하고 읽기에 시의 맛이 덜했다. 함께 보낸 작품들이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쓰리라는 기대감은 주었다.

당선작의 자리에 오른 ‘시계’는 소재와 내용이 낯익은 것이었으나, 고도의 압축과 간결미를 보여줬다. 의인화 작업을 거치며 시적 재구성을 무난히 해 새롭게 읽히게 한 장점이 있다. 시계의 시침, 분침, 초침을 세 식구로 환치, 하나의 가정으로 형상화한 점이 시선을 끝까지 붙잡았다.

화자인 나는 현실적으로 무척 바쁘다. 학교와 학원을 종일 숨 가쁘게 도는 초침이라는 생각이다. 초침은 비록 짧고 작아 눈에 잘 띄지 않는 존재이지만 ‘내가 아프면/ 시침도 분침도 딱,/ 멈추’는, 시계 전체를 멈춰버리게 하는 큰 존재다. 이는 어린이의 소중함을 극대화해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가족의 연결 고리가 어떤 것인지도 잘 짚어냈다. 다른 응모작 2편도 일정한 수준이어서 당선을 뒷받침하고, 앞으로 자기 길을 잘 감당하라는 믿음을 주었다. 당선을 축하한다.
약력
-<아동문학평론> 동시 신인상 당선, <자유 문학> 시부 신인상 수상. 동시집 <나도 별 이다> <사람 우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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