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주력산업은 성장의 한계 드러내
양질의 새 일자리 확보 뒷받침 없으면
대규모 인구유출로 사회전반 침체 우려

▲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정부는 지난 12월27일 대통령 주재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확정, 발표했다. 세계경제 회복세 확대로 수출중심의 성장세 지속이 예상, 일자리, 소득주도 정책에 따른 가계소득 확충 및 혁신성장 본격화 등을 통한 성장세를 뒷받침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등 일부업종은 역대 최고 수출 등 호조세를 예상했으나 지역경제를 견인해 온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은 지속적인 부진을 예상했다.

울산은 1962년 공업센터 지정 이후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등 3대 산업이 지역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다. 국가산업의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지역에서도 소득, 일자리, 인구 등의 측면에서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은 경제환경의 변화 등으로 지금까지의 위상과는 달리 점차 성장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일부 산업은 이미 일자리 및 인구 감소는 물론, 지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업의 경우 해양플랜트 분야 손실 증가 및 신규 수주 급감으로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되기는 했으나 구조조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 울산의 조선업 인력은 2014년에 비해 약 1만1000여 명이 감소했고, 40%에 육박하는 사내외 하청업체가 문닫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은 임금반납, 배치전환, 임원감축, 희망퇴직, 경영개선계획 발표, 분사 등의 강도 높은 대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조선업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더 많은 퇴직자가 사내외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발생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실적 개선 등으로 인한 경기회복의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으나 수주에서 건조까지의 소요기간 등을 감안할 때 2018년까지 어려운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자동차 분야는 국내외 자동차 판매 증가가 꾸준히 이어져 2017년 상반기까지는 지역 업계의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쟁심화, 국내시장에서의 수입차 판매 증대 등으로 국산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자동차 생산 위축과 이로 인한 장기적인 지역 고용 감소의 우려가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의 수입차 판매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의 국내 생산 및 판매비중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망이다.

지역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3대 주력산업 가운데 가장 낮지만 가장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석유화학도 마찬가지다. 울산의 석유화학 종사자수는 14.6%로 자동차, 조선에 비해 크지 않지만 생산액과 부가가치는 각각 55.4%, 40.3%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까지 후발국에 비해 범용제품 생산 및 신기술 응용능력은 높은 수준이나 고부가가치 제품에 있어서는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로,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생산시설 확충 및 산유국들의 제품 제조시설 구축 등으로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이처럼 울산 3대 주력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이미 정점에 달해 있는 상황으로, 향후 경제상황의 개선이 있더라도 추가적인 대규모 고용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역 주력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이 있었음에도 양질의 일자리보다는 저임금, 비정규직, 하청업체 부담 전가 등으로 고용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개 되었고, 지역 산업의 외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에 부합하는 형태의 고용의 질적 성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대중소기업 간의 수익성, 임금, 설비투자 격차 등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금까지와 같은 3대 주력 제조업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은 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위기가 발생한 조선업 이외의 자동차, 석유화학 등에서도 잠재적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 확보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에는 실업률 상승은 물론 인구의 대거 유출로 인한 지역 경제와 사회 전반의 침체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윤동열 울산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울산인적자원개발위원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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