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솔 업적 집중 조명에 초점
3번째 공연 완성도 끌어올려
도입부 지루함은 아쉬움 남겨

▲ 창작뮤지컬 ‘외솔’ 공연이 지난 29~30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렸다.

울산출신 한글학자 외솔 최현배를 기리는 창작뮤지컬 ‘외솔’이 3번째 무대공연을 맞아 대폭 변신했다. 이전에 선보인 2차례의 공연에 비해 등장인물과 시대배경을 늘렸고, 그에 따라 스토리와 음악작업도 바뀌었다. 3년차 재공연을 기점으로 작품 완성도를 한단계 높이려 한 제작진의 노력은 주효했다. 시각적 효과를 높인 연출력, 감성돋는 노랫말, 극적 요소에 부합하는 무대디자인이 공연 내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볼거리가 많은 2막에 비해 도입부인 1막에서의 지루함은 향후 또한번 더 수정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뮤지컬 외솔은 최현배(1894~1970)의 삶과 업적을 2막에 걸쳐 구성했다. 1막은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그를 중심으로 주시경, 김두봉, 이윤재, 정태진 등 동시대의 선각자를 두루 조명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2막은 최현배의 주 업적인 우리말 큰사전이 편찬되기까지 녹록지 않았던 과정을 집중조명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나열식 일대기를 보여주지않고 일제강점기 우리글을 지켜내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살려낸 외솔의 업적을 130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 효과적으로 배분하고자 시도했다.

▲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신문을 읽어주고 있는 최현배의 모습.

어릴 적부터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란 최현배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과 귀가 되어 신문을 읽어주고, 이 모습을 눈여겨 본 김두봉은 훗날을 기약한다. 이후 한성고등학교에 입학한 최현배는 종로에서 김두봉과 재회하고, 스승인 주시경을 만나 한글 연구라는 평생의 목표를 세운다. 그러나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일본헌병들에게 붙잡힌 최현배와 이윤제, 정태진 등은 갖은 고문을 받게 된다. 함흥형무소의 차디찬 바닥에서 지쳐가던 중 그토록 기다리던 대한독립만세 소리가 울려퍼지고, 자유의 몸이 된 최현배는 우리말 큰사전 편찬에 자신의 삶을 바치리라 맹세한다.

이번 뮤지컬은 후반부로 갈수록 뒷심을 발휘했다. 특히 최현배가 주도한 말모이 운동(사전편찬을 위해 전국의 우리말을 모으는 작업)과 한국전쟁 당시 부산피난처로 이어진 편찬장면은 이번 공연의 백미라 꼽을만 하다. 배우들의 연기와 춤은 나무랄데 없었고 책상과 책, 낡은 태극기와 같은 무대소품 역시 작고 단순하면서도 적절한 타이밍으로 극의 흐름에 큰 도움이 됐다. 다만, 2막에서의 감동에 이르기까지 1막에서의 지난한 과정이 옥의 티로 작용해, 향후 재공연에서는 극의 몰입도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근현대를 산 지역의 선각자를 뮤지컬 작품으로 기리기 위해서는 많은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 이번 외솔 뮤지컬 또한 처음부터 그같은 한계를 끌어안고 출발했다. 실존인물의 일대기를 극화하기 때문에 새로운 스토리텔링에는 극작가나 연출자 모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라는 청소년에게 교육적 메시지를 심어줘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않은 부담이다. 그러면서도 상업뮤지컬 못지않은 재미와 감동을 바라는 관람객의 요구도 수용해야 한다.

수개월 간 궁금증을 자아내며 기대를 모았던 창작뮤지컬 ‘외솔’이 그 모든 요구조건을 100% 담아냈다고는 할 수 없으나 우리가 잘 몰랐던 울산의 인물, 최현배가 공연예술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로 확고한 가능성을 인정받게 된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외솔의 고고한 삶과 묵묵한 걸음을 담담하면서도 울림이 큰 무대로 완성했다. ‘우리말의 바람이 부는 한글도시 울산’이 되기까지, 역사와 문화의 뿌리로 외솔 최현배의 족적이 깊이 박혀있음을 알려줬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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