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정치 무용론
올해 치를 지방선거에 국민이 나서
정치가 제대로 작동되게 경종 울려야

▲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무술년 새아침이 밝았다. 지난해의 어둡고 지저분했던 한국 사회의 이런저런 일들은 그것들대로 정리하고 이제 합심해 전진할 때다. 경기가 좀 좋아지고 국민들 주머니 사정이 더 나아지기를 바란다. 자식들이 일자리를 찾고 가정도 이루어 제 갈 길을 향했으면 좋겠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국가로 나와 북핵문제가 돌파구를 찾고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의 기운이 높아지기를 소망한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고, 한국 축구대표팀이 출전하는 모스크바 월드컵이 예정대로 무사히 치러졌으면 좋겠다. 이런 바람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라도 당연히 새해 아침에 한번 품어봄직한 소망일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지 여덟 달 가까이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히 한국 선진화에 대한 가장 커다란 장애는 정치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여간해서 실패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왜냐하면 직전 정부의 실책에 대한 반면교사 만큼만 해도 이전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문제를 비롯해 북핵문제 관련 외교문제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처사는 국민들을 매우 불안하게 한다. 강압적 정규직화에 대한 우려로 인해 이미 사업장에서는 선제적으로 해고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공공기관에서도 이 문제가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한다고 하니 이는 그리 가볍게 처리할 사안이 아니었다.

또한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미 동맹이 상당히 부담을 안게 되었다. 한 국가의 동맹권은 주권사안으로서 제3국이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중국이 사드미사일 배치문제를 고리로 한·미 동맹 문제를 건드리는데 현 정부는 소위 ‘3불(不)’에 대해 중국에 약속이나 한 양 저자세로 끌려간다. 그리고 최근에 문제가 불거진 임종석 대통령실장의 아랍에미레이트 방문 건에 관해서 청와대의 그 누구도 명쾌한 대답을 못하고 이리저리 둘러대고 말바꾸기를 하면서 실체적 진실을 국민들에게 진솔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국회의원들은 여전히 제식구 감싸기와 제밥그릇 챙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그전에도 여러 차례 겪어온 일이지만 2018년 예산에서도 국회의원 세비는 여지없이 2.6%가 인상되었다. 10년 가까이 봉급이 동결되다시피 한 대학교수들의 볼멘소리나 세상살기가 팍팍한 서민들의 손가락질은 국회의원들이 무시한지 오래되었다. 또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넘어와도 어느 정파도 이를 본회의에 상정할 생각이 없다. 그 뿐이 아니다. 작년 대선 당시 모든 정파가 주장했던 개헌 문제나 정치관계법 개정 문제를 다루는 ‘개헌특위’나 ‘정개특위’도 아무런 소득 없이 그 활동기한을 6개월 연장했을 뿐이다. 권력구조 개편문제를 포함해 헌법의 여러 내용들을 손보자면 작년 말까지 일정한 성과를 내고 공론화과정으로 들어갔어야 했다. 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 3대 정치관련법 개정문제도 ‘론(論)’만 무성하고 제도화된 진전은 국민들에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나 정당명부식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는 지방선거에 대한 영향도 무관치 않으니 빨리 결론을 보아야 할 사안이다.

결론적으로 정치권 전체는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 여·야 마찬가지다. 그래서 정치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결국 무술년 새해에도 국민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될 듯하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야에게 공히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방향으로 국민들 모두가 선거에 임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주인인 국민을 무서워하게 되고, 정치가 제대로 작동하게 된다.

김주홍 울산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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