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근 전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현대자동차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직후 울산경제를 걱정하는 울산시장의 호소성 광고를 보고 노사관계에 종사했던 한사람으로서 무거운 마음으로 몇자 적어본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는 노동조합대표에게 교섭권과 체결권 모두 부여하고 있으므로 노사가 성실히 교섭하여 단체협약(안)이 잠정합의되면 그 안을 가지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부칠 것이 아니라 체결권을 가진 노동조합 대표가 직권으로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법정신에 맞는 것임에도 현대차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단체협약에 합의한후 조합원 찬반투표에 부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법상 노동조합대표가 자신에게 주어진 체결권을 책임지고 행사하지 못하고 반집행부의 반대 선전과 합의안을 부결시키면 조금이라도 더 얻어낼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합쳐져 빚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임단협은 19차례 부분파업, 39차례 교섭, 생산손실 78,760대, 매출손실 1조6555억원과 협력사들의 막대한 매출손실로 인한 엄청난 피해를 낸 잠정합의안 이었는데 재교섭을 하면 1차안보다 높게 나왔기 때문에 부결시키는 사례가 관행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현대차의 잠정합의안 부결의 역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어서 새삼 노동조합만 탓할 수는 없지만 노사대표가 좀 더 책임감있게 대처했더라면 부결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미래를 위해 노사가 합심하여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된다고 본다. 애초부터 회사는 노동조합 대표에게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없는 체결권을 먼저 확보한 후에 교섭에 임하도록 대응해야 했을 것이다. 노동조합 대표도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없는 체결권을 갖고 소신있게 교섭하고 체결해야 할 것이고, 만약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잠정합의안 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렇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려면 노조집행부가 전 조직을 통해 수시로 교섭 진행사항을 홍보하면서 반 집행부의 의견도 수렴해서 성실한 교섭을 해야 할 것이다.

울산시민의 한사람으로 현대자동차 노사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첫째, 이번 잠정합의안 부결로 인한 재교섭에서 추가인상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대차의 노사관계는 대한민국 전 사업장의 노사가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타사업장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이므로 정부도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노사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인식시키면서 노사양측에 대해 행정지도를 강력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교섭인원과 교섭차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중요부서의 핵심멤버들이 노사교섭에만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회사경영에 소홀함이 발생되어 회사의 경쟁력 제고에 문제가 발생될 수 있으므로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단체교섭 위원수를 줄이고 실무교섭을 더욱 강화하고 본 교섭회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셋째, 과감한 혁신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는데도 현대차 노사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 같다. 1965년도의 우리나라 100대기업 중 당시 1위기업인 동명목재를 포함해서 46개사는 사라지고 없다. 자동차산업도 무인 자율주행차와 환경친화적 연료로 전환하는 엄청난 소용돌이가 일어나고 있고 타경쟁사보다 우위를 점하려면 연구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현 실정은 폭스바겐의 매출액 대비 투자비가 반에도 미치지 못한 현실을 노사 모두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또 노사가 다 같이 잘 알고 있는 해외투자공장에 비해 국내공장 생산성이 훨씬 못미치므로 자연히 해외공장 생산비중을 더 높일 수밖에 없고, 최근 외국산 자동차가 홍수처럼 수입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울산시민의 한사람으로써 걱정이 태산같다. 바라건데 현대자동차 노사는 대립적 노사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하면서 노사가 합심, 생산성을 높이고 획기적 기술개발로 세계 1위 자동차기업으로 성장해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 주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박종근 전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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