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노인 관절 건강관리

▲ 오현준 울산자생한방병원 한의사가 병원을 찾은 환자와 상담을 하고 있다.

기온 떨어지면 근육·혈관 경직
작은 충격에도 염증·통증 유발
독거노인 치료시기 놓치기 쉬워
수건 찜질이나 반신욕 등으로
관절 따뜻하게 해주는 게 중요

70대 독거노인 A씨는 겨울이 두렵다. 찬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올 때면 무릎 통증이 심해져 옴짝달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혼자 살다보니 몸을 챙기는 일에도 소홀해졌다. 몇 년 전 생긴 무릎관절염을 방치하다 이제는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뇨까지 생겼다. 하루 빨리 병원을 가야겠다 생각하지만 도와주는 사람 없이는 엄두도 나지 않는다.

독거노인에게 겨울은 특히 가혹한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의 시야에 잡히지 않을 뿐더러 추운 날씨에는 근골격계 질환, 심뇌혈관 질환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위한 겨울철 관절 건강 관리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독거노인 만성질환에 더 많이 노출

노인이 혼자 살게 되면 만성질환에도 더 많이 걸리게 되고 병원도 덜 찾게 된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10월호에 실린 노년기 건강 수준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독거노인의 병·의원 미치료율은 12.6%로 노인부부(6.4%), 자녀동거노인(9.6%) 보다 높았다.

문제는 독거노인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 686만명 중 약 20%에 해당하는 144만명이 독거노인이었다. 2035년에는 현재 독거노인의 약 2배인 34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노인이 혼자 살게 된 이유는 사별, 이혼, 빈곤 등 다양하지만 스스로를 돌보는데 무심해진다는 점은 매한가지다. 독거노인은 질환의 전조증상을 알아채지 못하고 병을 키운다. 증상을 눈치채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나이가 많고 소득이 낮은 독거노인일수록 진료를 받지 못한 비율도 높다. 전기노인(65~74살 이하)과 후기노인(75살 이상)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병·의원 미치료율의 경우 전기노인은 10% 이하에 머물지만, 후기노인의 비율은 10% 대를 넘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 겨울철에 급증

독거노인은 고혈압, 관절염, 당뇨, 정신질환, 치주질환 등 5대 만성질환 중 2개 이상을 지니고 있는 비율 또한 높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발간한 ‘독거노인을 위한 한의약건강증진사업의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독거노인 중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는 ‘복합이환자’는 77.4%로, 노인부부 가구의 66.1% 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관절염은 거동을 불편하게 만들어 다른 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거동이 불편해 병원을 찾지 못하니 다른 질환이 발생해도 제대로 치료할 수 없게 된다.

노인의 관절염 유병률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고령화연구패널조사(2006~2012)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관절염 또는 류마티스 유병률은 2006년 26.5%에서 2012년 37.3%로 증가했다.

노인성 관절염의 대표격인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겨울철에 환자가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오현준 울산자생한방병원 한의사는 “관절은 외부 환경과 기온에 민감하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근육이나 혈관이 수축하면서 경직돼 작은 충격으로도 염증이나 통증이 생기고, 원래 있던 통증도 악화되기 쉽다”며 “따라서 독거노인의 경우 겨울철에 관절 건강 관리에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찜질과 반신욕 등 관절을 따뜻하게 해야

거동이 어려워 밖을 나갈 수 없다면 집 안에서라도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수건을 물에 적셔 따뜻하게 데운 뒤 10~15분 정도 찜질을 하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반신욕도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가만히 있어도 무릎 통증이 심하거나 다리가 O자로 휘어져 걷는데 불편함을 겪는다면 병·의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한방에서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에 추나요법, 약침치료, 한약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관절주변 근육이 뭉치거나 위축되면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이때 정제한 봉독을 사용한 봉·약침치료로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면 통증이 줄어든다. 또 뼈와 연골을 강화시키는 한약으로 뼈의 퇴행화를 방지하고 관절염 악화를 막는다.

오 한의사는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에 관절 손상이 일어나기 쉽다”며 “도움을 받기 어려운 독거노인의 경우 평소 간단한 찜질을 통해 관절 부위를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누운 상태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관절염 운동도 있다. 우선 반듯하게 누운 자세에서 깍지 낀 양손으로 다리의 정강이를 잡고 가슴 쪽으로 천천히 당긴다. 5초 동안 이 자세를 유지했다가 다리를 내리는 동작을 5회 반복하면 된다.

오 한의사는 “관절염이 있다면 보행 중 지팡이를 사용해 무릎 관절에 가해지는 부하를 분산시켜주는 것이 좋다”며 “평소 지속적인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과 근력의 유연성을 키우고 몸의 균형을 잃고 넘어지지 않도록 앉아있다 일어설 때도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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