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혐오증에 선거민심은 싸늘
울산미래 위한 환골탈태 없으면
여도 야도 유권자 외면으로 패자

▲ 이형중 정치부장

“선거나, 정치 얘기좀 하자”고 하니 술자리에서 빠지란다. “이만한 안주가 어디있노”라고 슬쩍 끼어들려고 하니 고개를 저으며 손사래가 요란하다. 지난 연말 송년자리에서 6·13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을 좀 읊어보려다 퇴짜맞기 일쑤였다. “실컷 뽑아놨더니 구속이나 되는데 또 누굴 뽑으라는 거냐” “다 그 나물에 그 밥 아니냐” “이제 정말, 정신차려야 한다” 도대체 시민들의 눈에는 우리지역 정치환경이 어느정도 수준으로 비춰질까.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왔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5월 대선 이후 변화된 울산의 정치적 환경을 처음으로 지표로 확인하는 시간이어서 어느때보다 중요하다. 과연 지역 여야정당들은 어떤 자세로 시민들 앞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을까.

한때 자유한국당 공천만 받으면 8부 능선 이상 당선이 보장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수의 텃밭이었던 울산 정치판은 하루아침에 여야 간판이 뒤바뀌고 신생정당이 생겨나는 등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선거때마다 링위에 오를 선수(?) 수급조차 힘에 부쳤던 더불어민주당은 ‘집권여당’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정치판을 휘젓고 다닌다. 한때 ‘민주당 간판으로 울산에서 정치하면, 독립운동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푸념만 늘어놓던 그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마치 전쟁터에서 승리한 뒤 돌아온 개선장군이나 된 듯하다.

하지만 겉과 달리 속은 어떨까. 정치적 내공은 여전히 미흡해 보인다. 반구대암각화 보존 및 물문제, 산재모병원,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 등 지역의 숙원사업을 해결한다고 동분서주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 과정에서 울산시, 제1야당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충돌했다. 결과적으로 해묵은 과제를 풀어나갈 ‘실타래’가 아닌 새로운 ‘갈등의 씨앗’만 키운 꼴이 됐다.

집안 내부는 또 어떤가. 당원이 제명당하고, 그 과정에서 ‘명예훼손’ ‘사당화’ 등의 발언이 오가며 멍들었다.

선거판은 설익은 정책을 실험하는 곳이 아니다. 스스로 집권여당에 걸맞는 옷을 갖춰입고 당당히 시민들 앞에 나설때 비로소 명함 내밀기가 부끄럽지 않게 된다.

여당에서 야당 신세가 된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초상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아무리 그래도, 뭐라도 하는 시늉이라도 해라’ ‘대외적인 활동이 너무 부족하다’ 지난해 대선이후 울산 한국당을 향한 시선을 정리하자면 이 두줄로 요약된다. 여당이 여당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살펴야하고, 또 야당으로 울산의 척박한 경제상황 극복과 도시발전 방안을 찾는데 할일이 태산인데, 그 역할이 부족했다. 이제 새롭게 내건 ‘제1야당’의 간판에 걸맞는 역할을 찾아나서야 한다. 초행길(?)을 가고 있는 울산 여당에게 격려, 조언과 함께 충고도 해줘야 한다. 그게 그냥 야당이 아닌 제1야당의 책무이자 역할이 아닐까 싶다.

바둑에는 패(覇)가 있다. ‘패’는 바둑판에서 한판 승부를 짓는 중요한 단초다. 때로는 바둑판 승부를 제쳐두고 패싸움에 집착하는 경우도 있지만 패싸움을 잘해야 바둑에서 이기는 것이 상례다. 6·13 지방선거는 울산의 행정과 교육수장 등 우리고장 살림꾼을 모두 선출하는 아주 중요한 선거다. 바로 지금 여야가 울산 미래를 위해 화합과 선의의 경쟁으로 ‘선진 선거문화 구현’이라는 정치적 대마를 살릴 수 있는 절묘한 패를 써야할 때다. 그렇지 않고 당선만되면 그만이고, 그 속에서 네거티브, 폭로, 상대를 향한 비난과 비판이라는 악수(惡手)만을 고집하게 되면, 이 패는 시민들의 외면으로 모두에게 패자라는 멍에를 안기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형중 정치부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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