뎅기열에 걸리면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결함 백신을 투여한 필리핀 어린이 14명이 이후 숨진 것으로 드러나 현지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6일 필리핀 일간 인콰이어러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엔리케 도밍고 필리핀 보건부 차관은 전날 마닐라 시내에서 열린 관련 포럼에서 이번 사건을 조사할 독립적인 전문가 그룹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그룹은 국영 필리핀종합병원(PGH) 의료진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도밍고 차관은 “조사는 1∼2주 이내에 시작될 것”이라면서 “전문가들에게 (어린이) 사망과 백신 접종의 연관성 여부를 묻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보건부는 마닐라와 중부, 남부 루손 지역에서 숨진 9∼11살 어린이 14명이 프랑스 백신업체 사노피 파스퇴르(이하 사노피)의 뎅기열 백신 ‘뎅그박시아’를 접종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4명은 기존 검시에서도 뎅기열 때문에 숨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나머지 10명은 결핵성 피부염과 백혈병 등이 사인으로 지목됐지만, 전문가를 동원해 더욱 정확한 사망 경위를 규명하겠다는 것이 필리핀 정부의 입장이다.
도밍고 차관은 “일부 어린이는 백신 접종 후 보름에서 한 달 사이부터 병증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신 제조사인 사노피에 15억 페소(약 320억원) 상당의 미사용 백신을 반환하고, 백신 대금 35억 페소(약 750억 원)를 환불받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한편, 이와 별개로 필리핀 보건부는 5일 사노피가 식품의약 관련 규정을 위반했다면서 뎅그박시아의 제품 승인을 1년간 취소하고 10만 페소(약 21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필리핀에서 뎅그박시아 접종이 시작된 2016년 3월 이후 해당 백신을 맞은 어린이의 수는 83만7천명이 넘는다.
앞서 사노피가 공개한 임상연구 보고서는 뎅기열 감염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투약될 경우 해당 백신이 1차 감염 역할을 하기에 재차 감염됐을 때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사노피는 뎅그박시아와 어린이들의 사망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필리핀은 2015년 12월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백신을 승인했으며, 대규모 접종에 나선 것은 세계 첫 사례였다.

현지 일각에선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세계보건기구(WHO)의 승인도 받지 않은 백신을 대규모로 접종한 베니그노 아키노 전임 행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뎅기열은 뎅기 모기에 물려 감염되며 최장 2주일의 잠복기를 거쳐 두통, 열, 근육통, 구토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상이 심하면 숨질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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