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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특별기고
[특별기고]현장, 그 속에 답이 있다생생한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일것
탁상공론 벗어나 주민을 위한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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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07  17:5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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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세월호 참사, 산업재해, 크레인 전복사고 등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 안전에 위협을 주는 많은 사건들은 공통점이 있다. 현장을 등한시했다는 사실이다. 습관적으로, 관례적으로, 서류상으로, 보고만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현장을 무시한 결과다. 자료와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현장을 돌아보고, 꼼꼼하게 살펴봤다면 인명을 앗아간 피해는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22년 전 지방자치시대가 본격화되고 민선 자치단체장의 활동이 시작되면서 행정업무는 대변혁을 이루었다. 참여행정, 소통행정, 열린행정과 같은 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행정 여건이 제도적으로 마련된 것이다. 공직자들은 탁상공론에서 벗어나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게 되었다.

이제 단체장들과 공직자들은 자리를 비우는 시간이 늘어나고, 현장에서 주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분위기다.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고 현장을 중심으로 모든 행정이 이루어지면서 삶의 질과 생활환경은 몰라보게 개선되었고, 도시들은 인구를 유입시키고, 도시간의 경쟁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더욱 현장에 매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 산업, 환경, 안전 등 모든 분야에서 행정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교차로에 설치된 그늘막, 강변산책로에 비치된 음수대, 전신주에 부착된 담배신사(담배꽁초 수거용 재떨이)와 같은 것들은 작지만 큰 효과를 주는 현장행정의 사례다. 또한, 태풍 차바 피해복구와 같은 경우도 신속한 현장대응이 없었다면 그 피해규모는 더 확대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부끄러운 일이지만 현장파악이 잘 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울산 동헌 가학루의 경우다. 1981년 현재의 모습으로 동헌을 중건할 당시, 가학루는 적절한 복원연구와 고증절차 없이 복원돼 문화재로서 가치가 훼손되었다. 주먹구구식 탁상행정의 산물이다. 늦었지만 정확한 고증을 통해 최근 2층 누문형식으로 가학루를 복원했다. 이 덕분에 지난 연말 진행했던 ‘송년 제야행사’를 좀 더 의미 있게 잘 마칠 수 있었다.

구청장으로서 7년간 누구보다 현장의 중요성을 실감했고, 현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결재와 회의도 시간이 아까워 현장에서 하고, 새벽공기를 마시며 조용히 살핀 적도 있다. 문화의 전당을 준비할 때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러 사소한 것 하나 놓치는 일 없이 세심하게 확인했다. 울산큰애기 야시장이 하루 빨리 정착할 수 있도록 시간이 날 때면 항상 중앙시장으로 달려가곤 한다.

구청 내부의 일은 언제 하냐고 시민들이 물어볼 때면 우문현답이라고 대답을 하곤 한다. 우문현답(愚問賢答)의 실제 의미는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변을 한다는 말이지만 이때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의미로 현장을 보면 생각했던 것들을 눈에 그릴 수 있고, 문제를 제대로 보고 대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답한다. 이처럼 공직자의 입장을 떠나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들의 아픔과 희망을 발견하기도 한다.

지난 태풍 때 국무총리, 부처 장관 등 많은 정부인사들이 태화시장을 찾았다. 그중 기획재정부 제2차관과의 일화가 생생하다. 현장 일에 몰두한 나머지 언성을 높인 것이다. 기획재정부라고 하면 국가예산을 관리하는 곳이니 현장은 우리에게 맡기고, 차관은 재난수습을 위한 예산 마련에 힘써달라는 이야기였다. 수해현장이 너무 안타깝고 수해민들을 위해 풀 한포기라도 잡아야 하는 심정이 앞서 그랬던 것 같다. 현장은 그런 곳이다.

수많은 현장을 누볐다. 그 속에서 시민들의 마음과 분위기를 피부로 느꼈다. 현장에서 시민들과 한마음으로 함께 하면 행정은 신뢰를 얻는다. 하지만 현장을 포기하면 신뢰를 잃는다는 것을 배웠다. 다사다난했던 2017년 한해 동안 노력했지만 아쉬웠던 것을 풀고 한발 앞서는 중구를 위해 계속 현장에서 답을 찾을 생각이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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