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이 시작됐다. 걸림돌로 작용하던 기획재정부의 조정심의와 문화재시굴조사를 통과했다. 수년을 끌어온 부지 관련 문제가 완전 해소된 것이다. 실시설계 인가를 고시하고 오는 5월 시공업체를 선정하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완공 시기는 예정보다 3개월가량 늦춰진 2020년 5월로 예상하고 있다.

미술관의 설계는 지난 2016년 12월에 공모를 통해 (주)가가건축사무소의 작품이 선정됐다. 연면적 1만2759㎡에 지하 3층 지상 2층 건물이다. 언덕을 이루고 있는 부지의 특징을 살린 레이어드가 돋보이고 주변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설계다. 시공에서도 설계의도가 충분히 반영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시립미술관의 목적은 좋은 전시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미적 감각과 창의성을 일깨우는 한편 보편적 문화 생활을 즐기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시립미술관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접근성이 떨어지거나, 문턱이 너무 높거나,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획 등이 원인이다.

콘텐츠와 운영의 문제를 일단 접어둔다면 울산시립미술관은 접근성에서 있어서는 전국 최고의 공간이라 하기에 무리가 없다. 동헌과 객사가 있던 자리라는 것은 조선시대부터 그 도시의 중심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오른쪽의 동헌은 건물이 남아 있고 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면서 공원으로서의 기능도 겸하고 있다. 왼쪽의 객사(울산초등학교)는 주춧돌로만 남아 있으나 주민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고 가림막에 둘러싸여 있다.

미술관의 입장에서보면 둘 다 더없이 소중한 공간이다. 미술관 부지가 좁은 만큼 처음부터 담장이나 나무 울타리 등의 경계를 없도록 해서 동헌과 미술관, 객사가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되도록 하는 지혜가 절실하다. 특히 언제가 될지 모를 객사 복원을 위해 그 넓은 부지를 ‘가림막 속 버려진 공간’으로 놔두어서는 안될 것이다. 설계조감도에도 객사부지와 연계가 반영돼 있긴 하나 아쉽게도 울타리가 쳐져 있다. 시공과정에서 아예 울타리를 없앴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에 앞서 울산시는 객사부지를 개방하도록 문화재청 설득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다행히 문화재청의 최근 행보로 보면 그리 힘든 일은 아닐 것으로 보여진다. 일본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처럼 울산시립미술관이 시민들의 광장이 될 수 있도록 울산시의 적극적인 행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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