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 등에 실존적 불안감 느끼며
물아일체적 상상력 시에 가득 담아내
삭막하고 비정상적인 현실 세계 비판

 

수필가로 활동해 온 박산하(사진) 작가가 첫 번째 시집 <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천년의시작)를 출간했다.

인간과 자연의 물아일체(物我一體)를 지향하는 시인의 시적 상상력은 시집 전반을 아우르면서 독특한 정서를 자아낸다. 서정시에서 자아와 대상의 동일화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방식이지만, 박산하 시인의 시는 삭막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신선한 느낌을 준다. 가령 시적 화자는 인간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하는 물질화, 자동화, 기계화, 디지털화 등에 실존적 불안을 느끼면서 이를 극복할 방편으로 자연과의 합일을 꿈꾼다.

▲ 수필가로 활동해 온 박산하(사진) 작가가 첫 번째 시집 <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천년의시작)를 출간했다.

박산하 시인에게 있어 대상(자연)과의 동일화는 비인간화를 부추기는 현실에 대한 투쟁이자 실존을 위협하는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자 하는, 그리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하나의 방법인 셈이다. 인간의 실존적 문제는 비단 시인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내고 통과해야만 하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것이기에, 우리가 박산하 시인의 첫 시집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 몸피의 반을 버려 삼만 리를 난다는 새/ 삶의 반을 물속에서 살지만 물갈퀴를 키우지 않는 겸손은/ 멀리, 높이 날기 위한 것’(‘도요와 영산댁’ 중에서)

해설을 쓴 이형권 문학평론가는 “인간의 자연화든 자연의 인간화든 인간과 자연을 일체적으로 보는 시적 상상은 박산하 시인이 추구하는 ‘오래된 미래’의 세계이다. 그런 세계를 추구하기 위해, 아니 그런 세계를 향한 열망 때문에 박산하 시인은 삭막한 현실 세계의 비정성에 대한 비판 정신이 곤고하다”라고 평했다.

박 작가는 “세상은 누구도 내편이 아니다. 시만이 내편, 시는 말랑한 속을 가졌다, 하지만 나에게 과분하다. 우연히 들어간 죽방멸치처럼 들어갈 땐 쉬웠지, 내 의지대로 나올 수 없는 함정”이라는 말로 첫 시집 출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난 박산하 작가는 경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제1회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은상, 제5회 천강문학상 시 부문 우수상. 2014 ‘서정과 현실’ 신인작품상을 받았다. 수필집으로 <술잔을 걸어놓고>를 펴냈다. 울산문인협회와 울산시인협회 회원으로, 시목(詩木)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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