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우리는 새로운 한 해가 되면 새해맞이 인사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다. 연초에 늘 복을 화두로 드는 건 인생을 건강하고 편안하게 누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의 반영이다. 그래서인지 신년이 되면 복을 주제로 복주머니, 복조리와 같은 새로운 상품을 내걸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단연 인기가 있는 상품은 바로 복저금통이다.

저금통은 단순히 의미만 보면, 돈을 모아서 저장하는 통을 말한다. 하지만 그 용도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하나의 물건은 어떤 시대를 지내왔느냐에 따라서 담아내고 있는 의미와 가치가 다르다.

옹기도 음식을 저장하는 데 사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옛 문화에서는 저장의 목적 외에도 귀한 가치를 담아서 보관하는 용도로도 사용했다. 귀한 문서나 물건을 항아리에 넣어 집 안에 고이 모셔뒀던 것이다. 옹기가 복과 재물을 모아두는 가치로써 복단지로 대두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옹기저금통은 그저 돈을 모으는 용도가 아닌 복을 담아낸 그릇의 변형 정도로 보아야 할 것 같다.

옹기저금통은 따로 생산해 판매를 하는 상품은 아니었고, 손재주가 좋은 장인들에게 부탁해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그 비용은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면 함께하는 막걸리 한 잔으로 대신했다.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정이랄까. 동시에 재능을 나눔으로써 복도 함께 쌓았다.

남에게 베푸는 건 재물을 쌓아두는 것과 같다고 했다. 저금통이란 것도 언어가 지시하는 대상에만 머물러 있지 않는다면, 쌓는다는 의미를 되새겨 복 짓는 것으로 더 많은 복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에게 복이 풍족한 한 해가 되길 바란다. 문소운 울산옹기박물관 큐레이터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