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화 울산동부도서관 운영위원장

세계의 여러 도서관을 방문하다 보면, 도서관은 그 지역의 문화와 성숙도를 가늠하는 기준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울산은 현재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울산시립도서관 건립이 마무리 단계에 있고, 곳곳에 크고 작은 도서관이 잇따라 세워지면서 시민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공부하는 학습자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예술 공연, 강연, 취미를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공유하고 소통하는 평생 교육의 공부방이자 생활 밀착형 문화센터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유아부터 학생, 취업준비생, 육아 맘, 퇴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령대의 수요는 상응하는 서비스 질을 요구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부담은 온전히 공공 도서관이 책임져야 할 몫이 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울산시교육청이 본청 직속 기관, 교육지원청, 학교를 대상으로 전문 조사 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전화 친절도 조사에서 동부도서관이 전년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울산 동부도서관의 열심인 모습을 지켜본 이용자로서 마땅한 결과에 신뢰의 박수를 보내게 된다. 특히, 조선 경기의 침체로 지역 사회가 급격히 위축되었을 때 공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들과 함께하려는 모습은 공공기관의 모범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기분 좋은 칭찬이 불합리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울산시교육청 자료에 의하면, 울산의 교육청 소속 도서관의 지자체 예산 지원은 전국 6개 시·도 도서관 중 최하위를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울산에는 남구, 중구, 동구, 울주군의 교육청 산하 4개의 도서관이 있고 선바위, 도산 도서관 등의 시청 소속 공공 도서관들이 분리되어 있다. 이들 공공 도서관들이 서로 다른 주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책임전가가 가능한 것이다. 더구나 교육청 산하 4개의 도서관조차도 건물, 토지 등은 지자체에 소속되어 있고, 운영만 시교육청이 따로 맡고 있는 상태다.

광역시 승격 당시 모호하게 처리된 행정 절차상의 문제들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합리하게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교육청과 시청 소속으로 이원화된 구조는 사서들의 인력 적체로 인한 노령화를 피할 수 없게 했고 공공도서관의 기능 확대에 필요한 젊은 사서 채용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운영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관간의 이해관계에 의해 서로 떠넘기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공공 도서관들을 통합해 일원화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우선해야 할 도서관 운영 혁신 과제다. 대표 도서관의 출범은 충분한 개선의 명분이 된다고 생각한다. 한때 비관적으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제도들이 얼마나 많이 바뀌어 지고 있고 희망이 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혁신은 구호가 아니다. 불합리를 개선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혁신이다.

빌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키운 것은 어릴 적 마을의 공공 도서관이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도 게이츠 도서관 재단을 따로 만들어 세계 곳곳에 공공 도서관은 설립하고 있고, 민주주의의 기본을 이루는 제도가 바로 공공 도서관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말에 도서관을 가면 자녀의 손을 잡고 행복한 모습으로 책을 골라 들고, 도서관을 오가는 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저절로 동화되어 진다. 좀 더 가까이에서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게도 되고, 그 가정의 건강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게도 된다. 이러한 도서관 애용자의 가정에서는 시대에 필요한 인문학적 감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길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좇기 듯 살아가는 이 시대에 균형 잡힌 사고를 하는 가정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빌게이츠의 도서관 예찬은 이런 소소한 부분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을까 싶다.

올해 울산시의 화두는 혁신 성장이라 한다. 공공도서관은 성숙한 시민 의식과 맥이 닿아있다. 공공 도서관의 중요한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해 보고, 노출된 문제들이 개선된 혁신 성장의 공공도서관을 그려본다.

김춘화 울산동부도서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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