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구투야가 던진 쇠그물에 건길지가 걸려들었다. 건길지가 쇠그물에서 빠져나오려고 몸부림칠수록 그물이 더욱 조여져 옴쭉달싹 할 수 없게 되었다. 녹림들이 건길지를 생포해 산채로 내려가는데 석달곤의 철기군이 영마루를 넘어 질풍노도처럼 밀려왔다. 구투야와 녹림부대, 하지왕 일행은 급히 도망쳐 악난도 길로 빠져나갔다. 악난도는 이름 그대로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외길 험로였다. 험로 끝에는 천 길 낭떠러지를 연결하는 철환교라는 구름다리가 있었다. 구투야와 하지왕 일행은 악난도를 지나 협곡을 잇는 철환교로 달렸다. 철환교 밑은 까마득한 낭떠러지였다.

이 다리는 고래로부터 내려온 두 줄의 굵은 쇠사슬로 이은 다리인데 그 아득한 밑으로 낙동강의 지류가 흐르고 있었다. 손을 잡고 가는 위의 두 줄은 삼을 꼬아 만들었으나 삭아 끊어졌고 밑의 쇠줄 두 줄 위에는 널빤지를 깔아놓아 겨우 한 사람씩 지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구투야는 철환교를 건넌 뒤 널빤지를 걷어 다리를 끊어놓으려고 생각한 것이다.

석달곤은 후미에서 활을 쏘며 계속 추격해오고 있었다.

구투야가 말했다.

“저 다리를 건너야만 산채로 갈 수 있습니다.”

“조심해서 한사람씩 건너야겠군. 그런데 구투야, 보게나. 저 쪽 다리 끝에는 널빤지가 빠져 있는 것 같지 않아?”

하지왕이 철환교 끝을 가리키며 말했다.

구투야도 다리 끝을 보고 놀랐다. 하지왕의 말대로 철환교 끝에는 널빤지 열 장 정도를 걷어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신라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철환교 끝에서 활을 쏘며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들은 삽라국병사들이었다. 금관가야가 무너진 이후 낙동강 주변의 독로국, 미리미동국, 감로국, 주조마국은 신라에게 먹히거나 신라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버렸다.

“야, 가야 산적 놈들아. 너희들은 악난도에 꼼짝없이 갇혔다. 이제 죽을 준비를 하라.”

구투야와 하지왕은 사색이 되고 말았다.

후미의 병사 하나가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와 말했다.

“석달곤의 철기군이 뒤를 바짝 붙었습니다.”

후미와 적의 선봉과의 거리는 지척지간이었다. 뒤에는 석달곤의 강력한 철기군이 쫓아오고 앞에는 끊어진 철환교가 있다. 진퇴양난의 검바람재 영마루에서 겨우 탈출구를 찾았는가 했더니 더욱 심각한 악난도에 갇혀버렸다.

악난도에 갇힌 녹림들이 모두 구투야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 때 녹림 두목의 판단력과 말 한 마디는 생사를 결정한다.

마침내 구투야가 입을 열었다.

“끊어진 다리를 건너가자!”

 

우리말 어원연구

삽라국(양산)
독로국(동래)
미리미동국(밀양)
감로국(김천 감문)
주조마국(김천 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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