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후 편법·탈법 사례 공개…정부 엄정대응 촉구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전국금속노조 서울지부 산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편법 적용 사례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아이들과 시부모님 부양해야 하는데, 최저임금 올랐다고 우리 업무를 외주화하다니요. 어이가 없고 분노를 느낍니다.”

최저임금이 오른 지 열흘 만에 여러 제조업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전국금속노조 서울지부는 10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산하 2개 사업장의 최저임금 편법 적용 사례를 공개하면서 “정부의 관리·감독 및 엄단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서울 중구에 있는 견출지·스티커·라벨 제조업체 ‘레이테크코리아’에서는 사측이 제품 포장 업무를 맡던 포장부 소속 직원 21명을 모두 영업부로 이동시키고 포장부를 외주화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장부 대표로 나온 한 주부 사원은 “우리는 모두 40∼50대 주부로, 7∼8년 넘게 일하면서 최저임금으로 아이들과 시부모님을 부양했는데 노후 준비는 생각도 못 하고 살아온 여성 노동자들에게 갑자기 영업을 맡기고 매출 압박을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일하지 말고 나가라‘는 조치”라며 “회사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 양주에 있는 배관·부속 제조업체 ‘정우금속’에서는 사측이 기존 상여금을 기본급에 산입해 분할 지급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을 맞춰서 사실상 연봉 총액은 깎으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우금속 노조 측은 “정우금속을 소유한 JNS그룹은 매출액이 5천억원에 달하고, 200억원 상당 차익이 남아 투자 유치까지 한다는데 최저임금이 오르자 노동자들에게 근로조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다른 사업장에서도 식대를 기본급에 산입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리거나, 서류상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등 편법 사례가 신고되고 있다”면서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 이런데 노조가 없는 영세사업장은 어떻겠냐”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사와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다가 최저임금 인상에 조금이나마 기뻐했던 노동자들이 또다시 좌절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법·탈법 사례를 수집해 엄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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