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천 길 낭떠러지에 두 줄의 쇠고리 밧줄로 걸려 있는 철환교.

저 건너 다리 끝에는 널빤지를 걷어놓고 삽라국 병사들이 강궁을 겨누고 있다. 뒤에는 석달곤의 철기병이 쫓아오는 진퇴유곡에 빠진 구투야와 녹림은 악난도에 갇혀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형국이었다.

이 상황에서 녹림두목 구투야는 부하들에게 끊어진 철환교 위로 건너가자는 명을 내린 것이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분연히 결사의 의지를 말한 자는 소마준이었다. 소마준은 이시품왕의 중랑장인 소마식의 아들로 나라가 망하고 군대가 해산되자 구투야의 밑으로 들어와 녹림이 되었다. 그는 검 바람재에서 적의 화살에 왼팔을 맞아 혈맥이 마비되어 왼손을 잘 쓸 수도 없었다. 그런 불편한 몸으로 소마준이 결사대를 지원하자 녹림들이 웅성거렸다.

모추도 말했다.

“소마준, 장하오. 나도 결사대에 지원하겠소.”

그러자 몇몇 녹림들이 주먹을 쥐고 따라나섰다.

“어차피 죽어야 할 몸이라면 이 계곡에서 장렬하게 죽겠소.”

결사대에 지원한 사나이는 다섯 명이었다.

모추가 소마준에게 말했다.

“우리가 선두로 갈 테니까 결사대 대장은 후미에 서서 지휘하시오.”

“아니오. 선봉은 제가 맡습니다. 뒤따라오시오.”

구투야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역시 소마준이구나.”

소마준의 희생적 각오는 많은 사람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소마준은 선봉을 맡아 다섯 명의 결사대를 이끌고 철환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대안에 있는 삽라국 병사들은 구투야의 결사대들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죽고 싶어 환장한 어리석은 놈들!”

“쇠줄을 타고 여길 건너오겠다고?”

“오는 놈들은 모두 물고기 밥으로 만들어주마.”

소마준은 한 가닥 쇠줄에 매달려 적군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설마 건너오랴?’고 생각했던 삽라국 군사는 미친 듯이 건너오는 결사대의 모습에 적이 당황했다.

“쏴라. 놈들을 쏴서 천길 벼랑으로 떨어뜨려라!”

삽라군 장수가 명령을 내리자 군사들이 화살을 소나기처럼 쏘아대었다. 녹림들도 철환교 위에서 적을 향해 지원 사격을 했다.

철환교 쇠줄에 나무늘보처럼 거꾸로 매달린 결사대 병사들은 비오듯이 퍼붓는 화살 속에서도 미친 듯이 앞으로 나아갔다. 화살이 철 투구와 미늘 갑옷에 맞아 튕겨나갔다. 한 명 또 한 명이 적의 화살을 맞고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우리말 어원연구

사나이:[S] senai(세나이), [E]young brave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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