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구호와 보호가 필요한 여성에게 즉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1997년 1월부터 여성긴급전화 1366을 전국 16개 시·도에 설치했다. 정부가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이라는 이유로 당할 수밖에 없는 학대를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 것이다. 24시간 내내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것은 물론 그 이상의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 1366이라는 번호를 정했다.

1366의 운영은 비영리민간단체에 위탁한다. 울산에서는 성폭력상담소, 여성의전화 등을 거쳐 지난 2015년부터 밝은미래복지재단이 위탁운영해 왔다. 오는 3월 위탁기간 만료를 앞둔 밝은미래복지재단은 내부 문제로 인해 1월1일부터 운영에 손을 뗐다. 이로써 1366울산센터는 올해 1월1일부터 서비스가 중단됐다. 1366울산센터로 전화하면 중앙센터에서 받는다. 울산지역 여성이 긴급하게 보호 요청을 할 경우 충분한 서비스를 즉각적으로 받을 수 없을 것이란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366은 1차적 긴급지원센터이지만 단순 전화상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난처를 제공하고 전문 상담소와 정부기관, 경찰, 병원, 법률기관 등과 연계하여 피해여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지역내 관련기관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앙센터가 전화상담은 받을 수 있겠지만 후속조처까지 원활하게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밝은미래복지재단이 울산시에 수탁해지 의사를 밝힌 것은 지난해 10월16일이다. 법인이 스스로 수탁해지를 요청할 만큼 내부갈등이 심각했던 것으로 미뤄 울산센터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한 것은 수개월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석달가량 지났다. 그동안 울산시는 공모만 거듭하고 있다. 희망단체가 나서지 않아 네번째 공모를 냈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대처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1366정상화대책위원회가 구성됐고 이들은 11일 ‘울산시가 즉각 사태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도 가졌다. 당장 새로운 위탁단체가 선정되더라도 네트워크를 정상화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사이 자칫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1366뿐 아니라 자치단체의 복지시설을 위탁운영하는 법인들이 문제를 야기하는 사례가 곧잘 발생한다. 최근 한 법인은 경찰수사까지 받고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인 대표 또는 시설 종사자 중 특정인의 인품이 문제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물론 복지시설 종사자라고 해서 무조건적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다만 복지시설을 통해 사욕을 채우려거나 인간적으로 미성숙한 사람만은 아예 발을 들여다놓을 수 없는 사회적 풍토 조성이 아쉽다는 말이다. 복지계의 자정과 자치단체의 엄중한 관리감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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