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계층에 집중된 일자리정책
사회 불안정성 가속화 우려
종합적, 일관성 있는 대책 필요

▲ 김의창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정보경영전공 교수

베이비 붐 세대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치열한 경쟁 속에 젊은 날을 보냈지만 대학졸업 후 취업걱정을 하지 않았던 세대였다. 대기업들이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탄생했고, 계열사 확장 등 폭발적인 성장으로 자질(?)이 떨어지는 인력도 채용되었다. 그 당시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채용목적도 미래수요를 포함한 인력의 확보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졌다. 또한 직무역량보다는 일하고자 하는 의욕과 열정이 우선이었고, 성실과 책임감을 강조한 인재채용의 시기였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두되는 글로벌 시대, 무한경쟁 속에서 경쟁전략에 적합한 인재확보가 중요해졌고, 범용인재가 아닌 창의적인 우수한 인재채용으로 전환되었으며, 전사적 인재관리에 의한 정교한 채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신입채용보다는 검증을 거친 경력직 채용과 상시채용방식으로 바뀌었다.

2014년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기업 인사담당자 1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75.6%가 신입사원 선발시 영어능력을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어능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인터뷰를 통한 회화실력(42%)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영어 말하기시험(토익 스피킹, 토픽 등)이 23.9%, 토익, 토플 등 점수반영이 21.6%, 별도의 영어 테스트평가가 10.2%를 차지했다.

영어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대학의 상위권 학점을 받아야 하며, 학과 관련 자격증, 어학연수, 인턴경험 등도 필요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인사담당자 212명을 대상으로 2010년 신입사원 평균 스펙을 조사한 결과 평균 토익점수는 712점, 평균학점은 3.5점, 평균 자격증은 2개로 나타났다. 전체 신입사원 중 75.6%가 토익점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경력보유자는 26%, 인턴경험자는 24.8%로 나타났다. 따라서 취업을 위해서는 학점, 어학능력, 자격증 같은 기본적인 요건에다 어학연수 및 인턴(현장실습) 같은 스펙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기업에서 영어가 필수가 아닌데도 인사담당자들은 왜 영어능력을 요구할까? 어느 인사담당자는 “각 대학마다 학점버블이 너무 심해서 취업자들의 능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영어점수와 자격증을 요구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학들의 학점버블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취업자들을 사교육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기준 주요 대기업들이 요구하는 인재는 창의성과 추진력이 뛰어나고, 남을 배려하면서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있는 인력이라고 한다. 노조의 영향력이 매우 큰 우리나라의 경우 직원을 퇴사시키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수한 인력을 뽑기 위해 기업 입장에서 인턴을 경험한 학생, 융합교육을 받은 학생, 봉사활동 등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 해외연수를 다녀 온 학생, 해외여행을 많이 한 학생, 어학실력이 뛰어난 학생위주로 선발할 수밖에 없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사교육 비중이 높아 ‘개천에 용이 날 수 없다’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고용시장에서도 이런 어구가 회자된다는 것이 안타깝다. 개천에 용이 출현할 수 없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정부나 교육당국에서도 시급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는 어느 한 계층의 문제가 아닌 전 계층의 문제와 직결된다. 청년, 장년, 노년의 일자리는 계층 간 이동을 통해 나눠지게 된다. 최근 정부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계층 간 일자리 정책이 각각 분리·수립돼 각 계층에 대한 배려와 시너지가 없고 충돌가능성만 존재하고 있다. 임금 피크제도 장년층에게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청년층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현상, 노년층의 재취업 정책이 오히려 장년층의 잠재적 실업을 유발하는 현상 등이 발생한다. 어느 한 계층의 일자리 정책은 결국 불안정성의 증가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일자리 정책은 청년, 장년, 노년의 일자리를 종합적이고 일관성있는 체계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의창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정보경영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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