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정권과 관련된 적폐수사 논란
과거 통상업무가 오늘은 범죄라면
법적 안정성 위협…신중을 기해야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형사사법의 목적은 범죄를 처벌함으로써 정의를 실현하는데 있다. 형사절차 과정에서 차별을 방지하며, 법의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보호하고, 형사 처벌의 합리적 한계를 지키면서 범죄를 통제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자의적인 법집행은 금물이며, 형벌권 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지킬 것이 요구된다.

현재 적폐 수사가 진행중이다. 검찰 수뇌의 연말 마무리라는 의견 표명에도 불구하고 시한에 관계없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적폐든, 부정부패든, 구조적 부조리든 범죄에 대한 처벌은 시한이 있을 수 없다. 일부에서는 보수정권을 겨냥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범죄의 척결은 어떠한 이유로도 중단될 수가 없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법을 올바로 집행하는 일은 국가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법치주의의 실현은 국가와 사회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초이다. 왜냐하면 범죄의 제압, 그것도 구조적 범죄의 척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국가의 발전, 경제의 융성, 국민의 행복은 사상누각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형벌권은 권력 자체의 강력함에 비춰 다른 어떤 국가 권력보다 행사에 있어 합법성과 아울러 정당성이 요구된다. 특히 범죄자의 개인적, 사회적 실존의 터전을 완전히 초토화시킬 수 있는 위력이 있어 언제나 일정한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사회적인 유해행위를 진압하는 형벌은 최후수단으로서 보충적으로 행사돼야 하는 것이 형벌권의 내재적 한계이다.

과거 검찰은 크고 작은 여러 수사를 통해 범죄 척결과 질서 유지에 많은 기여를 해 왔다.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의 수사와 처벌을 주도함으로써 법치주의 실현에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일면에서 편파적인 검찰권 행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고, 어떤 때는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라는 비판도 받아 왔다.

범죄가 있는 곳에 형벌이 따르는 것은 형사법전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명하다. 검찰은 형벌권 행사의 핵심 주체이다. 국가형벌권의 실행이나 범죄의 수사는 최대한 절대적인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수사대상자의 인권보장과 적법절차의 준수, 차별의 방지와 형평성 있는 처벌, 그리고 처벌의 합리적 한계를 지키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따라서 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는 형벌에 대한 신뢰를 손상하고, 오히려 사회질서를 혼란스럽게 할 위험성이 있다. 이는 형벌의 보충성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 형벌권 자체의 정당성마저 훼손할 우려가 있다. 처분적 법률이 좋지 않듯이 특정한 의도하에 특정인만을 겨냥한 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적폐 수사가 주로 지난 특정 정권의 사건들을 대상으로 함으로써 논란이 분분하다. 부정부패가 있다면 정의 실현을 위해 누구든지 수사는 불가피하다. 다만 논쟁적 사안의 경우 검찰은 형벌권 행사의 내재적 한계를 준수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통상적 업무처리가 오늘에 범죄 단서로 된다면 법적 안정성에 위협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해야 할 것이다.

실체적 진실발견의 과정에서 인간 능력의 한계에 의한 제한이나 시간과 비용의 한계라는 국가제도로서의 제약과는 무관하게 국민 정서적 진실에 따라 남용적 공소권 행사가 이루어진다면 진실 왜곡으로 인하여 형벌권 발동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 법의 집행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검사에게 공익의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도 옹호하여야 하는 객관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찰적 태도와 고뇌하는 자세로 검찰권이 행사될 때 지지를 받을 수 있고, 적폐 수사라는 시대적 사명을 바르게 수행한 것으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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