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70달러 돌파 코 앞

수익성 척도 정제마진 하락

소비 악영향 실적악화 우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하면서 울산지역 정유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면 정제마진이 축소돼 실적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석유거래소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보다 61센트 오른 배럴당 69.87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70달러를 돌파하며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50센트 상승한 배럴당 64.30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2014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중동 두바이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0.21달러 하락한 66.29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12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해 12월 감산 연장에 합의하면서 60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랠리를 시작했다. 최근엔 70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유업계에 있어서 국제유가 상승은 통상 호재로 작용한다. 정유사가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기까지 약 30~45일 걸린다. 이 기간 유가가 오르면 원유의 재고 가치가 올라가면서 관련 평가이익이 생기고 반대면 평가손실이 생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분기에만 1000억원대의 재고평가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지나치게 오르자 정유업계는 오히려 긴장하는 눈치다.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정유사의 수익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인 정제마진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정제 마진은 석유제품과 원유 가격 차이에서 얻는 수익을 말한다. 원재료 역할을 하는 국제유가 상승폭이 석유제품 가격보다 더 크면 정유사의 마진율은 하락한다.

실제로 최근 정제마진엔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1월 둘째주 기준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5.9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평균 복합정제마진 역시 6.2달러 수준이다.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5달러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이는 지난해 평균 정제마진 7.1달러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것이다.

유가상승은 석유제품 수요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내내 정유사들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도 저유가로 인해 소비량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석유제품 가격이 일정 수준 올라가면 수요는 줄어든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70달러를 넘어서면 정제마진 악화는 물론 상징적인 의미도 더해져 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중동산 외에 북미산, 아프리카산 등으로 원유 도입선을 다변화하는 전략 강화로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유가의 상승세 속 울산지역 주유소 기름값도 24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월 둘째주 울산지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536.83원으로 지난주에 비해 7.05원 올랐고, 경유가격도 6.95원 오른 1331.48원을 기록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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