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달기는 지아비로 섬긴다는 녹림두령 구투야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주막의 주모란 이빨 빠진 막걸리 사발처럼 이런 길손 저런 과객에게 내둘리는 게 당연하지만 그날 손님은 정말 기분 나쁘게 지분거리는 거예요.”

과객은 우시산국의 소금장수로 검바람재를 성산가야로 넘어가려다 해가 저물어 주막에 들른 것이었다.

소금장수는 달기에게 수작을 걸었다.

“난 말이야. 우시산국의 큰 염전에서 일하다 몇 해 전부터는 전국을 돌며 소금을 파는 매염부가 됐지. 돈도 많고 근육도 장난이 아니야.”

소금장수는 쌈지를 열어 오수전을 보여준 뒤 소매를 걷어 햇볕에 그을린 검고 울퉁불퉁한 근육을 자랑했다. 소금장수는 초저녁 막걸리에 취해 달기의 저고리에 손을 넣으려고 했다.

달기는 손으로 과객의 손등을 쳐내며 말을 걸었다.

“난 돈 많고 힘 좋은 사람을 좋아해요. 하지만 예의 없는 사람은 싫어하죠.”

“주모에게도 예의정절이 있는가?”

“돈도 많으신 분이 이런 초라한 주막에서 왜 이러실까? 고개 넘어 국읍에 있는 홍루를 찾으시면 될 텐데.”

“좋아. 홍루만큼 돈을 주지. 옛다 금 한 냥이다.”

소금장수는 돈을 던지고 문에 빗장을 지르며 말했다.

“싫어요. 소리를 지르겠어요.”

“깊은 산전막에서 맘껏 소리 질러봐.”

▲ 그림 이상열

소금장수는 그녀를 우악스레 바람벽으로 밀어붙였다. 그녀를 뒤로 돌린 뒤 치마를 걷어 올리고 급하게 고쟁이를 내렸다. 거친 힘에 고쟁이가 찢어졌다.

“아, 악.”

그녀가 반항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뒤에서 그녀를 제압하며 소금처럼 하얀 둥근 박 속으로 근을 밀어 넣으려 용을 썼다.

그 때였다. 사납게 생긴 창대수염이 발로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왔다. 창대수염은 방에 들어오자마자 바지를 내리고 엉거주춤 앉아 있는 소금장수의 사타구니를 강하게 걷어찼다.

“윽.”

소금장수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구투야는 발바닥으로 놈의 목울대를 짓밟고는 말했다.

“난 이 산의 녹림 두령 구투야다. 감히 내 마누라한테 손을 대?”

소금장수는 목을 캑캑거리며 버둥거리다 축 늘어졌다.

주모는 저고리를 추스르고 치마말기를 여미며 말했다.

“고맙습니다만 헌데 제가 당신의 마누라라고요?”

“주모, 지금부터 내 마누라 하면 될 것 아냐.”

우리말 어원연구

해. 【S】ha(하). 【E】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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