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희 금비유치원장

최근 교육부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교육금지 방안 이슈로 인해 전국의 유치원·어린이집과 영유아 학부모들 사이에선 오고 가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슈 자체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해서 금지가 되면 영어 학원을 보내야하는지 등의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말이다. 결론적으로 교육부의 발표를 접한 학부모들의 여론은 대체로 매우 차가웠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미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폐지해달라는 학부모들의 글들이 쇄도했다.

지난해 교육부의 유아교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치원의 46.3%가 방과후 영어 특별활동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특별활동 중 1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그래서 현재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법)’에 따라 방과 후 수업시간에서 영어교육을 못 받도록 하는 것을 유치원·어린이집에도 확대 적용하여 아이들의 ‘놀 권리’를강화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취지이다.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특별활동을 놀이 위주로 바꾸겠다는 것인데 이 취지에서부터 교육부의 준비 및 현장 조사가 매우 미흡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교육부는 마치 방과 후 특별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토익/토플 등의 인증시험을 대비하거나 중·고등학생들이 가지고 다니는 ‘성문 기본 영어’를 통해 주어, 동사 밑줄을 그으며 문법이라도 배우는 줄 알고 있는 듯 하다.

실제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이루어 지고 있는 영어교육이라 함은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는 애니메이션 등의 시청각 자료 그리고 율동 등을 통한 체험 활동이 중심이며 그 속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하나의 놀이 수단이나 보조적 수단으로 녹여내는 수업이다. 성공적인 영어 교육을 안착시켜 자국민 영어 구사율이 77%가 넘는 핀란드를 예를 들어보자. KBS에서 방영하여 화제가 되었던 ‘당신이 영어를 못 하는 진짜 이유’에서 핀란드 국가 교육위원회 외국어전문가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학교에 오기 전부터 핀란드 아이들 대다수는 영어에 노출되어 왔고 말은 못하더라도 상당히 많이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TV 방송부터 시작하여 아이들이 접하는 재미있는 컨텐츠들까지, 아이들이 ‘놀이’로 접하는 컨텐츠들 다수가 영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전국의 유치원·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지는 방과 후 특별활동은 이러한 맥락에 훨씬 부합한다. 꼭 영어 특별활동 뿐만 아니라 미술, 과학, 수학 등 모든 방과 후 특별활동이 ‘놀이’가 중심이지 ‘수학의 정석’을 펴 놓고 아이들에게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새 정부의 정책 지지율 중 교육분야 지지율이 35%로 가장 낮게 기록되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이번 교육부의 영어교육 금지 이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운 새 정부가 유독 교육분야에서는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진정 누구를 위한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인지 되돌아보고 교육 실수요자인 학부모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안으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교육부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정희 금비유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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