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주인공과 이야기를 통해

삶을 진단하고 사회와 소통하는 등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되길

▲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좋은 책 한권이 인생을 바꾸게 하는 터닝포인터가 되는 것처럼 때로 좋은 영화 한편은 우리의 슬픔을 위로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강력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

최근 실화와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을 다룬 영화들이 상영되고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참여자들은 영화 속 삶을 나의 이야기로 재구성하고 등장인물에 대한 동일시와 투사의 재생산 과정을 통해 대안적 해설과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치료적 효과를 얻는다. ‘택시운전사(한국, 2017.8)’와 ‘1987년(한국, 2017.12)’의 흥행과 회자됨은 그때를 경험한 한국인들의 집단적 무의식의 아픈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작업이 되고 있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 민주화운동을 세상에 알린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 페터와 그를 광주로 안내한 택시운전사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필자의 마음에 머무는 것은 목숨을 건 현장취재와 다큐멘터리(기로에 선 한국, 독일)로 5·18 광주항쟁을 세계에 알렸던 독일기자는 물론이고, 평범한 택시기사에게서도 볼 수 있는 자기 일에 대한 직업적 소명이었다. 특히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그 짧은 대사는 현재 우리사회의 아픈 상처로 남겨진 세월호 사건에 대한 연상으로 이어져 보다 큰 울림으로 와 닿았다.

영화 ‘1987년’은 연행된 지 하루 만에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조사실에서 사망한 박종철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스토리의 중심인물은 박종철 군이지만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영화는 대학생이었던 그때, 시위와 최루탄 연기 속에 실험실에서 치약과 비닐 랩으로 눈보호를 위한 안대를 만들던 그때를 기억나게 했다. 역사와 세상을 바꾼 민주화의 오늘이 제 위치에서 각자의 사명을 지킨 다수(교도관, 의사, 검사, 기자, 성직자 등)에 의해 이루어진 것임에 그 진중함에 가슴이 울렸다.

2018년 현재,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은 경찰청 인권센터로 변모했고. 젊은 청년의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이 발생한 509호는 당시 모습 그대로 역사의 현장으로 보존돼 있다.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 페터의 시신 일부는 그의 유언에 따라 광주 망원동에 모셔졌고, 비석에는 ‘푸른 눈의 목격자’란 비명이 새겨져 있다.

세대별로 그가 살아온 시대적, 개인적 과제가 있고, 아픈 상처들이 있을 수 있다. 그때의 진실은 남겨져 기억되고 아픈 상처도 치유의 과정을 거쳐 회복되어야 한다.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돌려놓은 2018년은 촛불시위의 정국이후 민주화를 위해 달려온 격동의 시간 속에 축적된 상처들을 돌보고 치유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잠시 멈추어 서서 그 아픈 상처들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며, 2018년 다시금 나아갈 길을 모색함이 필요하다. 한국사회의 민주화가 개개인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 이루어낸 것임을 알고,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신 분들을 기억하며, 저마다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챙겨봄이 필요한 지금이다.

영상매체를 활용한 심리 치료적 접근을 일명 ‘영화치료’라고 한다. 대개 영화를 보면서 영화 속 주인공과 사건의 전개를 통해 정서적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영화 그 자체가 주는 치료적 속성 때문이다.

영화치료는 영화 속 이야기를 통해, 본인의 삶을 진단하고, 본인과 가족, 사회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지시적, 연상적, 정화적 기법의 의식적 영화보기 작업이다. 영화 속 사건과 주인공에 대한 들여다보기를 거쳐 자신과 연결해서 본인이 어떻게 역할에 적응하고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2차적 치유의 과정이 가능해진다. 대중적 흥미로 누구나에게 친숙한 영화, 영상문자를 매개로 한국사회 집단 무의식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람해 본다. 문득 Stuart P. Fischoff 교수의 ‘영화는 영혼에 놓는 주사’라던 정의가 생각난다. 그대 지금 영혼의 주사가 필요한지요?

강혜경 경성대학교 가정학 교수 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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