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예술작업에 있어 실패는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게 하는 동기를 부여하기도 한다. 또한 다른 작가와 작품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에게서 느끼는 동질감은 곧 위로가 되고 가던 길을 계속 갈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06~1966 스위스)의 작품과의 대면은 곧 내 삶의 본질과의 대면이기도 했다. 작가적 삶에서의 위로이기보다 인간으로서의 삶에 위로와 긍정적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걸어가는 사람, 우리는 실패하였는가. 그렇다면 더욱 성공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 더 멀리 나아갈 가능성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이것이 하나의 환상 같은 감정일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 다시 시작이 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계속 걸어 나아가야한다.”

▲ L’homme qui marche, Bronze.

20세기의 걸작품인 알베르토 자코메티 ‘L’homme qui marche, Bronze, 183×26×95.5cm,1960’(걸어가는 사람)의 실물은 더욱 강렬하다. 가느다란 남자의 팔과 다리, 작은 얼굴과 큰 발을 가진 인물상에서 언제나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육체가 아닌 영혼이다. 자코메티의 작품은 살을 붙여나가는 형식이 아니라 살을 떼어나가는 방식으로 제작되면서 불완전한 형태로 묘사되고 있으나 그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름 돋게 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한국특별전이 오는 4월15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전시 마지막 코너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이 아시아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 작품은 2010년 런던 경매에서 1200억원(1억400만 달러)의 낙찰가를 기록, 2015년 1600억원(1억4130만 달러) 조각상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였다. 그의 작품 앞에서 자신의 삶의 본질과 마주해 볼 수 있기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기라영 화가·미술학 박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