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주모가 고리눈에 창대수염이 난 구투야를 보며 말했다.

“예? 저더러 당신 마누라가 되라구요?”

“왜 험상궂게 생겨서 싫어?”

그녀는 구투야에게 사추리를 걷어차이고 널브러져 있는 소금장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얼굴만 보면 차라리 저기 소금장수 마누라가 되는 게 훨씬 낫겠네요. 그냥 잠자코 있으면 고마운 줄 누가 몰라요? 얌전히 한 코라도 달라면 줄 수 있는데 뜬금없이 마누라는 무슨 개풀 뜯어 먹는 소리냐고요?”

“주모의 입이 걸군. 저놈은 널 강간하려 한 놈이야. 어찌 감히 널 구해준 나와 비교하느냐.”

주모는 팔짱을 끼고 핀잔을 주었다.

“그래서 얼굴만 보면이라고 분명히 말했잖아요. 야차처럼 험하게 생긴 화상이 들어오길래 난 같은 작자들인 줄 알았네요.”

“자꾸 저 놈 이야긴가. 여봐랏!”

구투야가 밖을 향해 소리쳤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범강장달 같은 부하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고개를 조아렸다.

“저기 소금장수를 치워라. 주모를 겁간하려 한 놈이다. 저놈의 말과 소금과 짐바리는 모두 산채로 가지고 가라.”

“네, 두령님.”

부하들이 소금장수를 데려간 뒤 주모가 놀라며 구투야에게 말했다.

“당신이 그 악명 높은 이 검바람재의 산적 두목이에요?”

“주모, 손님을 이렇게 홀대해서 되나. 탁배기라도 얼른 내 와야 예의지.”

“사람의 껍질을 벗긴다는 산적 두목이 무슨 똥 같은 예의 타령이야.”

“내가 사람의 껍질을 벗긴다고? 그래, 오늘 밤 당신의 껍질을 홀랑 벗겨볼까?”

살기 위해 험한 산속으로 들어온 주모 달기도 입심에서는 추호도 질 생각이 없었다.

“당신이 내 껍질을 벗기기 전에 난 당신의 살로 인육만두를 해 먹을 거예요.”

검바람재 산적 두목과 검바람재 주모는 이렇게 첫 조우를 하고 서로 인연을 쌓아나가다 결국 주모는 주막에서 구투야의 산채로 짐을 옮겼다. 고구려의 침입으로 가족은 절단 나고 혈혈단신이 되어 금관가야를 떠난 둘은 산적과 주모일망정 서로 의지가지가 되었다.

달기는 구투야의 산채에 온 하지왕과 우사, 모추와 소마준에게 따뜻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접대했다.

그녀는 구투야와 좌중을 보며 말했다.

“포로로 잡아온 비화가야의 한기인 건길지도 여기로 오게 하면 안 될까요?”

 

우리말 어원연구

손님. 【S】sonnimeya(손니메야). 【E】red fever(홍역). 산스크리트어 sona(홍역)에서 나왔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