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만의 정체성 살릴 대표 축제
세계가 주목할 문화예술행사 기획
관광 활성화로 선순환구조 구축을

▲ 홍종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지회장

캐나다 영화 ‘대단한 유혹(Seducing Doctor Lewis, 2003년, 감독 장-프랑소아 풀리오)’은 어업규제로 죽어가던 퀘백 주의 외딴 섬 ‘생 마리아’ 주민들이 공장유치를 위한 조건인 의사를 데려오기 위해 벌이는 노력을 그리고 있다. 15년간 의사를 기다려온 작은 마을에 어느 날 우연처럼 의사가 방문하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그 의사와 5년 계약을 맺기 위한 작전에 들어간다. 한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한 120명의 거짓말 같은 연극이 시작되고, 그들의 절박함에 감동받은 의사는 계약서에 싸인하며 마을에 행복이 찾아온다. 울산의 미래와 겹쳐지는 부분이 적지 않은듯 해 소개해 봤다.

지난 2017년은 ‘울산 방문의 해’로 700만명의 관광객이 울산을 다녀갔다. 당초 목표보다 300만명이 더 다녀간 것이다. 그 만큼 다양한 축제와 천혜의 관광 자원을 보유한 매력있는 도시임을 확인한 한해였다. 실제로 작년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산하 8개 단체 감독 및 PD 초청 1박2일 울산팸투어 후기에서도 공통점은 “산업도시인줄만 알았던 울산에 영화 촬영하기 좋은 다양한 환경이 이렇게 밀집돼 있는 줄은 몰랐다. 전국을 통틀어도 최고 수준인 것 같다. 다음에는 촬영 후보지로 방문해 꼼꼼히 살펴보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울산문화재단 출범과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 개관 그리고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광역시지회가 울산예총 산하 10번째 단체로 창립했다. 또한 2회째를 맞이한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5만명이 관람하는 호황 속에 국제산악영화협회(IAMF) 24번째 정식회원으로 등록되는 성과도 있었고, 광역시 승격 20주년 전국 문화의달 행사, 전국무용제 등 유래없는 다양한 행사와 문화예술단체의 설립으로 울산문화 르네상스시대를 펼치기 위한 토대를 다지는 원년이 되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지난 성과의 토대 위에 어떤 형태의 울산의 대표 문화행사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전국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와 관광지가 있다. 부산의 국제영화제와 원아시아페스티벌, 전주의 국제영화제와 한옥마을 등이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셀 수 없이 많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축제가 매년 개최되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부응하고 있다.

한 예로 매년 5월6월 개최되는 빛 축제인 ‘호주 비비드(VIVID)시드니축제’는 ‘빛(LIGHT), 음악(MUSIC), 생각(IDEA)’ 세가지 주제로 세계 굴지의 조명예술가와 음악가들이 한데 모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등 주요 랜드마크를 아름답고 화려한 조명과 음악으로 장식, 도시 전체가 문화예술작품으로 변모하는 밤이 아름다운 색다른 시드니를 느끼게 한다. 올해 10회째를 맞이하는 비비드 시드니는 2008년 첫 해 20만명이 행사장 방문을 시작으로 2015년 170만명, 2016년엔 사상 최대인 200만명이 축제를 즐기는 등 해마다 관람객이 증가 하고 있다.

침체기에 빠져있는 울산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선도도시 육성 전략과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울산만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국제적인 시야의 문화예술행사 기획이 필요하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범시민 토론회를 개최, 미래 울산을 대표할 수 있는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지역 관광수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 세계적인 문화예술축제를 통해 울산시민들에게 자존감을 고취시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화는 삶의 품격이며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22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제 명실상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영화제로 위상을 더 높이고 있지만 영화 ‘대단한 유혹’의 섬 주민들의 거짓말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절박함에서 필연적으로 탄생한 것처럼 그 배경에는 영화인들과 부산시민들의 절박함이 있었다. 울산에도 이런 절박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산업수도에서 스마트 문화수도로 갈 수 있는 지름길도 여기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홍종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울산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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