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은 새 청사에 천년문화전시관을 만들었다. 울주의 역사와 울주를 빛낸 역사 속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청사에 그 도시의 역사관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역사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서 지역주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면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일 뿐 아니라 정체성을 확보하고 교육적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주군의 천년문화전시관의 전시품 중 일부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울주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연대기에 ‘고려 헌종 9년 흥례부(興禮府)를 울주로 명명하고 방어사(防禦使)를 파견, 헌양현·기장현·동래현을 속현으로 두고 관할’이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현종’을 ‘헌종’으로 표기한 것은 단순한 오기로 본다고 하더라도 ‘흥례부를 울주로 명명하고’라는 문장을 당당히 적어놓은 것은 작의적 해석이 지나쳐 역사 왜곡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려사>에는 ‘고려 현종 9년(1018년) 울주에 방어사를 파견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이와 나란히 ‘고려초에 지금의 이름(울주)으로 바꾸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다. 앞선 내용에는 ‘현종 2년(1011년)에 울주에 성을 쌓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 어디에도 ‘울주로 명명하고’라는 문장은 찾아볼 수 없다. 고려사에 기록된 세 문장을 통해 유추해보면 1011년 이전에 이미 울주라는 이름이 정명됐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올해(2018년)를 굳이 ‘정명 1000년’이라고 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누군가의 공연한 공명심(功名心) 때문에 군민들의 자긍심 고취는커녕 자존감을 훼손하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본보는 지난 11일자를 통해 ‘울주군이 올해를 정명 1000년이라고 하고 대대적인 기념사업을 하고 있으나 울주정명은 그보다 앞서 이뤄졌다’는 보도를 했다. 이에 대해 울주군은 다음날 “2018년은 울주가 언양과 기장, 동래현을 속현으로 둔 주현이 된지 1000년이 된 중요한 해”라며 “울주와 중앙정부의 관계가 정립된 상징적인 해라고 평가해 정명천년으로 결정하고 각종 기념사업을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1011년 이전에 울주라는 이름이 정명됐다는 것을 알지만 행정적 의미를 부여해 올해를 정명천년이라고 정했다는 말이다. ‘정명(定名)’은 ‘이름을 결정했다’는 엄연한 사실을 나타내는 단어로, 작의적 해석이 필요 없는 확고한 역사이다. 후손인 우리가 그 명확한 기록을 찾지 못했다고 해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그릇되게 하는 것’을 우리는 ‘왜곡’이라고 한다. ‘고려 현종 9년(1018년) 울주에 방어사를 파견했다’는 기록을 가져다 2018년을 울주정명 1000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역사왜곡이다. 더구나 사설 전시관도 아닌, 명확한 자료가 돼야 할 울주군청사의 전시관이 울주의 역사를 왜곡해서야 되겠는가. 새 청사를 구경하러 올 많은 군민들이 울주의 역사를 잘못 이해할까 심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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