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울산은 젊은 도시다. 2017년 말을 기준으로 14세 미만의 비율은 전국 3번째로 높고 65세 이상은 2번째로 낮을 정도다. 생산가능인구 중 40~50대의 비율이 다소 높다는 것이 우려스럽긴 하나 향후 이들의 은퇴와 맞물려 20~30대의 인구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 부정적이지만은 않다. 더욱이 도시, 나아가 국가의 대계라 할 수 있는 출산율에 있어서도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으니 여러 특성을 반영해도 젊은 도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도시가 젊다는 것이 결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젊은 구성원들을 붙잡아두고 나아가 안식처로서 조성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정주여건 개선은 필수다. 그리고 정주여건 개선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문화 인프라 조성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젊은 구성원들의 정주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문화 인프라 조성은 어떠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우선 이들이 가지고 있는 실질적 고충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하다.

젊은 도시를 만드는 핵심은 출산율이며, 출산의 주체는 가족이다. 가족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상은 부모이고, 이 중에서도 영유아 시기(특히 영아) 부모들은 그 누구보다 중요하다. 영유아 시기는 자녀와 애착을 형성하고, 또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극심할 때라 이때의 기억이 추후 둘째, 셋째를 낳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우리의 출산장려 정책이 산모 또는 영유아 자녀에 대한 지원이 주를 이루다 보니 막상 가족 구성원, 특히 부모에 대한 관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의 여가생활은 지극히 자녀 중심적이고, 이들만을 위한 여가 생활은 거의 없다.

스웨덴에 ‘라떼파파’라는 단어가 있다. 한손엔 커피를, 한손엔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남성을 지칭하는 말인데 남성의 육아분담을 강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이면에 더 중요한 것은 영유아 부모들에 대한 문화적 혜택이다. 이들은 영유아 자녀를 얻기 전과 비슷한 수준의 여가생활을 즐긴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영유아 동반 커피숍을 간다거나 전용 영화관을 찾는 등의 여가생활을 향유하는 것이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전용 영화관이다. 이 영화관은 부모가 영유아와 같이 영유아를 위한 영화가 아닌 부모를 위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다. 일반좌석을 없애고 유모차를 둘 수 있는 개별 독립공간을 확보하였으며, 이동 또한 자유롭다. 철저히 부모를 위한 시설이다. 결코 자녀만을 위한 여가생활을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영유아 부모 전용 영화관과 같은 사업들은 충분히 현실성이 있으며, 수익성 또한 낮지 않다.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이룬다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기업의 참여라는 것이 별다른 게 아니다. 단순히 예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현상을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기업의 참여다. 기존의 CSR(사회공헌, Corperate Social Responsibility)을 넘어 CSV(공유가치창출, Creating Shared Value)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다. 지자체의 명확한 어젠다와 기업의 참여가 함께한다면 결코 헛된 바람이 아니다. 이제 울산이 젊은 도시를 넘어 젊은 문화의 도시로 첫 발을 내딛게 되길 기대한다.

서정민 울산문화재단 기획경영팀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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