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주정명천년 명명 논란

▲ 16일 개청식을 가진 울주군 신청사 로비 ‘천년문화 전시관’에 표기돼 있는 울주역사 관련 연대표. 울주관련 내용이 기술돼 있는 문헌 <고려사>에는 일절 언급이 없는 ‘(고려 현종9년)흥례부를 울주로 명명하고…’라는 문구를 인위적으로 가져와 울주군이 ‘울주정명천년’을 합리화 하기위해 ‘문헌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임규동기자

울주 천년문화 전시관의 ‘고려 현종9년(1018년) 흥례부를 울주로 명명하고…’라는 내용이 ‘역사왜곡’이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16일 개청한 울주군 신청사 로비에는 울주군의 역사를 연대표로 정리해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정명천년의 벽이 조성돼 있다.

 

▲ 문헌 <고려사>에 나와있는 울주 관련 내용. 왼쪽은 현종2년(1011년) 울주에 성을 쌓았다는 문구. 오른쪽은 현종9년(1018년) 울주에 (중앙관료인) 방어사(防禦使)를 파견했다는 문구.

문제는 그 안내판에 울주(蔚州) 지명이 처음 정해 진 시기를 ‘역사서에 없는 내용을 인위적으로’ 기재한 점이다.

전시관에 있는 울주역사 연대표에는 ‘1018년 고려 현종(헌종으로 잘못 표기돼 있음) 9년에 흥례부를 울주로 명명하고 방어사를 파견, 헌양현·기장현·동래현을 속현으로 두고 관할’이라고 표기돼 있다.

▲ 고려사 이미지가 있는 '정명천년의 벽'

그런데 울주 관련 내용이 기술된 문헌 <고려사>에는 그 어디에도 ‘흥례부를 울주로 명명하고’라는 내용이 없다. 그와 연관된 <고려사> 속 울주 기록은 고려 현종 2년(1011년)에 ‘청하 흥해 영일 장기 울주(蔚州)에 성(城)을 쌓았다’라는 내용과 현종 9년(1018년)에 ‘울주(蔚州)에 (중앙관료인)방어사(防禦使)를 파견했다’는 내용만 있을 뿐이다.

즉 <고려사> 어디를 찾아봐도 ‘울주를 명명하고…’라는 표현은 없다. 정확한 연도도 나오지 않는다. 울주군이 올해 추진하는 ‘울주정명천년사업’을 합리화 하기 위해 무리하게 역사서에 없는 문구를 ‘방어사를 파견했다’는 문구 앞에 삽입해 행정 관청의 역사왜곡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 지난 12일 재개관한 울주민속박물관의 울주연표에 ''울주(蔚州)로 명명(命名)'이란 글을 덧붙여 놓았다.

개청식에 참석한 한 울주 주민은 “울주정명천년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문헌에 나와있는 문구 그대로 기술하면 될 텐데 없는 말을 지어낸 것이 문제”라며 “자라나는 학생들이 군청사 견학을 와서 문헌에 없는 잘못된 (울주)역사를 배우지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 재개관한 울주민속박물관에도 ‘1018년(고려 현종9년)에 공화현, 헌양현, 기장현, 동래현을 합해 울주로(蔚州)로 명명(命名)’했다고 적혀 있다.

울주정명천년 학술용역을 담당했던 이종서 울산대 교수는 “역사적 사실과는 다르지만 지역사 재조명의 큰 틀에서 추진하는 울주정명천년 기념사업으로 이해하고 감수했다”고 말했다.

▲ 울주 정명 천년 오류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이 전시되어 있는 울주군청 신청사 1층 로비 천년문화 전시관.임규동기자

송용덕 국사편찬위원회(연구편찬정보화실) 연구사는 “연대 미상의 역사를 지자체가 무리하게 의미를 부여하면 안된다. <고려사>는 울주 지명이 처음 나온 시기를 ‘고려초’라 했는데, 그 시기를 태종23년(940)까지 앞당겨 해석하는 학자도 있을만큼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울주로 명명하고’라는 표현으로 정명 기점을 규정하는 건 명백한 역사왜곡”이라고 말했다.

 

울주군 측은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신청사 전시관의 ‘울주로 명명하고’ 표기에 대해 “점검 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수정 보완을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한 직원은 “전시관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며 개청식 때 잠깐 공개했고 정식 개관은 3월께 한다”라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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