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구투야는 젊고 영명한 하지왕이 가야에 있는 한, 가야제국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석달곤에게 몸값을 받으려고 산채 감옥에 가두어놓았던 건길지의 포박을 풀어 산채 본가로 데려왔다.

비화가야의 한기, 건길지는 변한시대부터 비화와 마수비를 가야의 중심으로 일으켜 세운 명문가의 후손이었다. 진국왕의 통치 아래 있던 변한시대, 건길지의 선조 건달부는 영남의 곡창지대인 낙동강 중류인 비화에 들어와 선주민을 정복하고 새로운 성곽을 세우고 불사국을 건국했다. 서남쪽을 흐르는 낙동강의 영향으로 비화지역은 고대로부터 사람이 거주했고, 고대인들의 거주 흔적인 각종 지석묘가 남아 있고, 기후가 온난하고 민심이 따뜻한 곳이다. 건달부의 불사국은 변한에서 가야로 넘어오면서 국명이 비화가야로 바뀌었다. 비화가야는 김수로왕의 금관가야, 이비가지의 대가야 못지않게 강력한 왕권과 정비된 제도, 풍부한 물산을 가진 왕국이었다. 때문에 예로부터 비화지방에는 신지와 한기, 귀족들이 묻힌 큰 무덤들이 많고 국읍민의 생활수준이 다른 국읍보다 높았다. 낙동강 수로를 이용한 곡물시장과 어시장이 발달하여 의식주와 관련한 물품이 다양하게 거래되고, 선주민의 고유문화가 전해 내려와 문화국으로도 불리웠다.

하지만 가야연맹체가 와해되고 비화벌판의 젖줄인 낙동강 수로마저 신라가 장악하자 건길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 결국 건길지는 비화가야의 생존을 위해 신라장군인 석달곤과 손을 잡고 하지왕을 공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길지가 산채로 들어오자 하지왕이 예를 갖추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왕이 일어서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건길지에게 예를 갖추었다.

“한기님, 반갑습니다.”

“마마, 제가 어리석어서 큰 죄를 지었습니다.”

건길지는 하지왕에게 사죄의 큰 절을 올렸다.

“무슨 말씀을. 다 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하지왕이 겸손하게 말했다. 건길지가 가까이서 하지왕을 보니 청소년이지만 인물이 비범했다. 이마는 희고 반듯해 총명해 보였고, 눈썹은 짙고 골격이 단단해 무골의 기상이 서렸으며, 눈은 가늘고 긴 봉안으로 제왕의 눈이었다. 옥골선풍의 기상이 서려 비록 도둑의 산채에 있을망정 한눈에 지체가 높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호탕한 구투야가 나서며 말했다.

“자, 앞에 있는 각배에 술을 채우세요. 하지왕께서는 황금각배에 채워셔야 합니다. 그리고 하지왕의 대가야와 건길지의 비화가야, 그리고 이시품의 금관가야가 하나 되어 옛날 가야의 영광을 되찾읍시다. 자, 마마께서 건배사를 해 주시죠.”

“가야를 위하여!”

“가야를 위하여!”

이들은 각배를 들고 나발을 불 듯 마셨다.

술을 마신 뒤 태사령 우사가 뚜벅 말했다.

“비화가야 건길지 주변에는 현자들이 많이 몰려든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황금:[S] aujasa(아우자사), 순우리말로 황금은 ‘오자사’이다. 동국정운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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