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 세대 선배들과 나란히 관람…박종철 형·이한열 모친 참석

▲ 박종철 열사 형 박종부 씨와 서울대 동문, 학생들이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열린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들이 함께한 영화 '1987' 단체 관람 행사에서 사회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종철 선배를 평생 기억하는 후배가 되겠습니다.”

19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한 영화관의 상영관이 ‘SNU’(서울대학교) 마크가 새겨진 패딩을 입은 학생으로 가득 찼다.

서울대 총학생회, 서울대 민주동문회, 박종철기념사업회 등은 이날 서울대 재학생과 동문들이 고(故)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과 6월항쟁을 다룬 영화 ‘1987’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상영관을 대관했다.

박 열사 후배인 재학생 160여명과 1987년 당시 서울대생이던 선배 20여명이 영화관을 찾았다.

박 열사는 1987년 1월 14일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 재학 중에 경찰에게 붙잡혀 치안본부(현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다 숨졌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밝은 표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시종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영화 중간 박 열사 역을 맡은 여진구가 고문을 받는 장면이 나오자 상영관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이한열 역을 맡은 강동원이 연세대 앞에서 최루탄을 맞아 쓰러지는 장면에서도 눈물을 훔치는 학생들이 많았다. 한 여학생은 흐르는 눈물이 얼굴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데도 닦지도 못한 채 영화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박 열사 친형 박종부씨, 이한열 열사 어머니 배은심씨, 1987 시나리오 작가인 김경찬씨가 무대 앞으로 나와 학생들에게 인사했다.

박씨는 “영화가 생각보다 재밌게 만들어진 것 같아서 놀랐다”며 “영화에 나온 남영동 대공분실이 사라지지 않도록 시민들이 운영하는 인권기념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5학번 박모(24)씨는 “사실 박종철 열사와 6월항쟁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영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며 “가슴이 뭉클하고 현재 민주주의를 만들어준 부모님 세대와 박 열사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학생 이상현(27)씨는 영화가 끝나고 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감정이 북받쳐 올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촛불집회 때는 주변에 친구가 죽는 일이 없었지만, 당시에는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민주화를 외쳤다”며 “1987년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이어 이부영 전 의원, 고문치사 사건이 축소·조작됐다는 사실을 교도소 밖으로 전한 당시 교도관 한재동씨가 직접 찾아와 학생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전 의원은 “국민으로서 최소한의 공분이 있을 때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김기춘, 우병우가 서울대를 나온 대표로 뽑히는 것은 부끄럽고 심각하다. 이러한 역사를 지워야 한다”고 후배들에게 당부했다.

한씨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항상 공무원증을 가지고 다니면서 경찰의 검문을 피했다”며“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데 공무원증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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