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잃고 새마을금고 강도

대출금 상환 등 위해 우발범행

음식·가스버너 등 절도도 발생

작년 소액절도 전체 44% 차지

울산에서 발생한 새마을금고 강도 사건(지난 19일 7면 보도)은 조선업종에서 일하던 40대 가장이 실직 후 생활고 때문에 저지른 우발적인 범행으로 조사되고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 생활고로 인한 절도 등의 범죄가 발생하고, 수십억원에 달하는 사기 사건(지난 10일 6면 등)이 터지는 등 조선업 침체로 우울한 동구지역의 분위기가 엎친 데 덮친 듯 흉흉하다.

동부경찰서는 동구 새마을금고 방어지점에서 출근하는 은행 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1억1000만원 가량을 강취한 김모(49)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12월까지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등 동구지역 조선소의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다 업체가 폐업하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잃었고 최근엔 일용직을 전전했다. 범행 당시 김씨는 동구 방어동의 원룸에서 생활해왔으며 가족들은 타지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대출금이 3600만원 가량 되고, 개인적으로 친구들에게 빚을 진 것이 있다. 집에 양육비와 생활비를 주고, 빌린 돈도 갚기 위해 범행했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범행 사전계획 여부에 대해 김씨는 “예전에 한 직원이 은행 뒷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직원 출입구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며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적이 없고 당일 아침에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는 김씨의 말이 사실인지 여부와 범행을 도운 공범이 있는지 등을 조사중이다.

경기가 좀처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이처럼 동구지역을 중심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계형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범행 동기가 경기불황같은 사회적 상황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런만큼 절박한 심정에서 내몰리듯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현대중공업 근로자와 아내 등 서민들을 상대로 한 푼 두 푼 모아온 곗돈을 가로챈 수십억원대 사기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들이 계주 A씨를 고소했다.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또 지난해 5월 취업에 실패해 생활고에 시달린 50대 남성이 식당에서 휴대용 가스버너와 소주를 훔쳐 달아나다 검거되기도 했고, 지난해 1월에는 마트에서 음식을 훔치던 50대, 택시 창문을 깨고 24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40대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한편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절도 발생 건수는 3570건으로, 이 중 피해액이 100만원 이하인 소위 생계형 범죄로 불리는 소액 절도 건수가 1588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절도 중 절반 가까이인 44%를 차지했다. 정세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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